수술까지 한 달, 그 기간 동안 내가 했던 일은
회복 후 바로 취업이 가능하도록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마음 편하게 쉬는 것도 쉬어본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내게는 가만히 있는 시간들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자꾸 안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우울함과 불안함 같은 안 좋은 감정들이 나를 뒤덮었을 때
이렇게 자기 연민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단
차라리 미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수술하고 한동안은 회복에 힘써야 할 테니
할 수 있는 일들은 미리 해두는 편이 더 좋을 테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실업급여 대상이었기 때문에
수술 후 돈 걱정 없이 취업준비를 하고, 회복에도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몸 건강히 직장에서 일하면서 돈 버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미 나는 아프고,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으니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력서를 다시 쓰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실업급여를 알아보고, 수술 후에 공부할 자격증도 알아보고
나는 내가 슬퍼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더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안 좋은 기억들로부터 벗어나려고 무던하게 애썼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걸 그만하고 싶었다.
근데 나는 그냥 나약한 한 인간이었을지도
몸이 안 좋아지고 상황이 안 좋아지니
뭐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던 그 자신감도 잃어버렸다.
과거의 힘든 일 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다른 문제의 힘듦을 간과했다.
그래서 나에겐 아무 생각 없이 바쁘게 지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