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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01. 2024

새벽 2시

시간은 또 다른 시간으로 흐른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멀리 공주에 있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하숙집 생활을 했다.

하숙집은 공주 금학동 좁은 골목길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 하숙집은 함석으로 된 집이었고 연탄보일러로 길고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었다. 그 시절 대부분의 하숙집이 그랬기 때문에 그마저도 나 같이 멀리 타지에서 온 학생들에게는 그 어떤 곳 보다 따듯한 보금자리였다. 학숙집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하숙생들과 인근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1명이 자취를 하는 방 이 많았다.


그 시절 가끔 주인아주머니가 없던 틈을 타 친구들이 놀러 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하숙집 바로 밑, 우리는 '아지트'라고 부르던 친구 자취방에 매일 모였다. 친구들은 나처럼 논산, 연기(세종) 등 객지에서 온 친구들과 공주에서도 시내가 아닌 외곽에서 온 친구 여섯 명이 1학년 같은 반에 입학하면서 금세 친해져 절친이 되었다. 그중에서 2명이 함께 자취를 하던 곳으로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은 야자가 끝나거나, 주말에 고향집에 못 간 친구들이 함께 모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밤늦도록 농구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뿐 아니라 고등학생 시절 내내 밤잠 없던 우리들은 매일 모여 먹고 놀기를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새벽 2시가 될 때까지 땀이 뻘뻘 나게 운동을 하다가도 새벽이슬 내려앉은 운동장에 누워 새벽하늘 별을 보면서 함께 앞날을 걱정하곤 했다. 그렇게 3년 객지생활을 마쳐갈 무렵 어느 날 아지트에 모인 우리들은 졸업 이후에도 계속 만나기 위해 모임의 이름을 짓기로 했다. 그날 밤 아주 긴긴 토론을 했지만 마음에 드는 이름을 짓지는 못했다. 그날 그 시각 새벽 2시. 그때  친구가 말을 했다. "새벽 2시 어때?" 너나 할 것 없이 나를 비롯한 나머지 친구들은 '아. 좋다. 그래 그걸로 하자'하며 우리 모임의 이름은 '새벽 2시'로 정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모임은 자주 갖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새벽 2시'라는 모임은 유지되고 있다.


얼마 전 출장길에 공주를 잠시 지나쳐 간 날이 있었다.

오며 가며 그때 친구들과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 또다시 새벽 2시.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그 시간이 되니 기억이 또 다른 기억을 부르고 있다. 




세상 두려울 것 없던 우리들꿈을 만들어 가던 시간

불확실 미래, 친구들과 겁 없이 세상에 맞짱 떴던 시간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우리들의 우정의 시간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잠들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는 시간 

잠 대신 추억이 머무르는 시간, 새벽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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