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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May 16. 2024

아카시아향에 이끌려

서산 웅도의 2월과 5월

2월의 바다

살짝 성난 바람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바다는 한 없이 한가로웠습니다.

첫사랑을 만난 것처럼 셀렘이 파도처럼 밀려오던 바다였습니다.


그저 발길 이끌려 돌아 돌아 찾은 갯마을,

하루에도 몇 번씩 섬이 되기도 뭍이 되기도 한다는 그곳에서

냉기 여전한 바람은 이방인들을 반갑다고 인사라도 하듯 피부에 찰싹찰싹 댑습니다.


바람만이 머물던 섬마을의 한적함 이외에 이방인을 반기는 것이라곤

홀로 주인 기다리는 개의 울부짖음, 오후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윤슬이 있었습니다.

개의 울부짖음이 잠시 멈춘 순간, 찰나의 적막함이 이방인들로 하여금 외계에라도 있는 양 착각을 일으키곤 했던 갯마을이기도 했습니다.


떠나기 싫은 발걸음을 뒤로 한채 떠나올 때 언젠가 다시 올 거라 다짐했던 그곳,

5월이 되어서야 기어이 그 갯마을에 다시 있습니다.


새벽이 내려앉은 바다에는 고요함이 여전하지만 그전에 없던 것들이 5월에는 조금 생겼습니다.

오지의 한적함을 즐기는 외지인들이 우선 눈에 띕니다.

바다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어디서 숨어있었는지 그때는 몰랐던 긴팔 벌린 채 새하얀 아카시아나무 꽃이 온 힘 다해 향기를 뿜어 댑니다. 코로 한숨 들이켤 때마다 아카시아향이 몸속으로 퍼져 나가면 어릴 적 추억도 함께 소환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게 이 동네의 매력인가 싶습니다.


웅도, 분명 2월과 5월이 다른 갯마을입니다. 

어쩌면 9월이 그리워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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