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수주 Dec 18. 2023

시간이 빌 때, 근처 책방이 있나요?

 어딘가로 향할 때 아무리 체계적인 계획을 짰다 하더라도, 간혹 시간이 비곤한다. 중간에 '뜬다'라고 표현되는 시간이 생길 때, 나는 근처 책방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시간이 빌 때 책방을 가는 것은 내가 해 본 모든 '뜬' 시간들을 사용하는 방법 중 최고의 방법이다. 큰 책방, 작은 책방, 아늑한 책방, 밝은 책방... 상관없이 가장 가까운 책방으로 향한다. 


 그 뜬 시간이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맴도는 이른 시간이든, 따뜻한 햇살이 기온을 덥히는 낮이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저녁이든, 책방엔 책과 사람이 있다. 날짜와 시간에 상관없이 책표지를 쓰다듬고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왜인지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이 공간은 날짜와 시간에 관계없이 편안함을 끌어안고 있고, 나는 이 공간에 가면 덩달아 편안할 수 있다는 확신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치 바쁘지 않고 편안함만이 가득 차 있는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나도 그 속에 녹아들어 조용히 또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책을 살피면, 주위의 편안함이 내 몸 구석구석까지를 가득 채운다.


 책방마다 특색을 찾아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다. 최근 간 책방에서는 '옛날, 베스트셀러'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몇십 년 전 오늘의 베스트셀러 책을 소개하는 코너였다. 그 책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치 그때와 지금의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기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코너를 만들기 위해 오래 고민하고 사부작사부작 움직였을 책방지기를 생각하면 또 마음속에 이유 모를 작은 행복이 차오르기도 한다.


 책방은 언제든 당신을 환영한다. 시간이 빌 때, 꼭 근처의 책방을 가보기를 추천한다. 혹시 당신의 인생을 바꿀 종이친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편안한 발걸음으로 책표지 하나하나를 쓰다듬어 보기를.

작가의 이전글 탐험가의 아지트, 종로 '파이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