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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Nov 16. 2023

버텨내는 게 삶이지

아~

잘 잤다.

하루의 안녕을 알리는 소리다.

어제가 무사했고

새벽이 온전했음을 알리는

숨비소리다.


숨비 소리는

순간을 살아내고

하루를 살아내어

뱉어내는  안도다.


울렁이는 파도 속으로 뛰어들 때는

머뭇거리지 않아야 한다.

머뭇거림은 주저함이다.


주저하다가는 못내 파도에 뛰어들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파도를 타고

흔들거린다.

각자의 다름으로

파도를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법을

익혀간다.

각자의 방식은 날씨와 같아서

궂은 날은 굳은 대로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부는 대로

파도의 잦음과 크기에 따라

견디기도 부댖기기도 하며

때론 이곳저곳 휩쓸려

상처가 나기도 한다.


버텨내는 건 알겠는데

두려움이 겹치니 도망치고 싶어 진다.

갖은 이유와 최소한 버티고

숨 쉴 구녕만 찾게 된다.


이유는 힘듦이고

핑계는 통장잔고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산소통 같은 통장 잔고를

몇백 번은 들여다본다.

들여다본 만큼

이자가 붙어 나오면 좋겠지만

한숨이 불어 나온다.


눈을 질끈 감고

휘감던 이유와 핑계를 털어낸다.

무거운 발걸음을

또 내디딘다.



으랏차자
어영차

갖은 주문과 조미료를 뿌려대며
오늘도 출근길로 향한다

퇴사는 개뿔


이렇게  버틴 세월이

어언 25년.

지나고 보니

지내오고 보니

버티길 잘했다.

한길만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길만 걸어온 것은 대단함이다.


오늘밤은

아~

잘 자야겠다며

오늘의 나의 안녕에게

인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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