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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균동 Jun 11. 2023

자기계발 콘텐츠에 중독된 삶

그래서 변화는 있었나

이전 직장에서 퇴사를 고민할 때 멘탈적으로 많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직장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한 회사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되니 뒤늦게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전문성이 깊어 보였고, 나는 그에 비해서 반복적인 시스템에 고여있는 안일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 연봉을 다른 회사에서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고, 회사에서 내 직무의 미래를 바라보자니 불안한 요소들이 많았다. 이제 기업에서 정해주는 연봉보다 스스로의 몸값을 생각한 시점이지 않았나 싶다.


회사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보수적인 업무에 큰 한계를 느꼈고 새로운 걸 도전하려니 기존 업무에 순위가 밀려 다시 하던 일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나는 더 이상의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아, 다시 반복적인 삶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크게 남았고 이에 대한 강박은 단순히 프로그램 공부나 운동 같은 취미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때부터였을까 나는 쌓여온 성장 욕구를 자기 계발 콘텐츠에 소비하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 콘텐츠는 주제가 다양하게 나누어지는데 대표적으로 꼽자면 자수성가한 사람의 이야기, 성공한 기업가의 강의, 독서 추천, 투자나 심리 관련 콘텐츠가 있다.


확실히 이런 콘텐츠들은 중독될 수밖에 없는 포인트가 있다. 나도 언젠가는 이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감과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배웠다는 만족감이 생긴다는 점이 있는데 당시 멘탈이 불안정했던 나는 심리 관련 콘텐츠를 즐겨 보며, 내가 내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실질적으로 나의 상황과 고민들을 해결해 주는 결과는 없었다. 그저 내 생각을 '지식화' 해줌으로써 잠깐 위로를 받는 것일 뿐, 강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오고 나는 또 불안함에 자기 계발 콘텐츠를 찾고 있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정신과 의사 정우열 선생님의 채널을 접하게 되었는데 '성장'이라는 단어에 목메던 나의 행동들이 '자기 검열'을 위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이건 심리학으로 접근했을 때의 해석이지만 다른 콘텐츠에 중독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과 상황을 직면하지 않고 외면하기만 해선 이 중독에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듯싶다. (돌아보면 이야기하는 사람만 다를 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 비슷비슷하다.)


나는 그날 이후부터 자기 계발 콘텐츠를 보는 숫자를 줄이고 '자기 검열'이 아닌 '자기 수용'에 신경을 쓰고자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는데, 신기하게도 평소에 느껴온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또 어려운 고민이었지만 나는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다음 행선지에서 콘텐츠 마케팅에 관련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졌고, 혼자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일을 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디서든 함께 일하고 싶은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이제 예전만큼 자기 계발 콘텐츠를 찾아보진 않지만 여전히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며 생각을 다듬는 과정도 콘텐츠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움을 받을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다만 스스로의 감정과 상황을 꾸준히 직면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콘텐츠에 중독되지 않고 자신과 현실을 변화시킬 움직임도 필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이 진짜 자기계발을 하기 위한  단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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