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직업의 성격. 어쩌면 나는 변태인가
"하아... 열받는다."
항상 글을 작성한 후 퇴고 과정에 들어가면 변비를 심히 앓아 화장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에 빠지는 느낌이다. 제발 작은 덩어리만 한 글이라도 나와달라고... 머릿속 뇌세포를 겨우 달래고 달래 간신히 나온 결과물을 다시 읽다 보면, 후우... 역시나 만족스럽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으면 이런 과정이 조금은 편했을까 괜히 지나간 과거를 탓한다.
만약 브런치에서 글쓰기 도전을 하지 않고 계속 비공개 일기장만 작성했다면, '나의 글'을 퇴고하는 과정이 많이 없었을 테니 이곳에 발을 들인 건 참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글 하나를 발행하게 되면(완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며칠을 지독하게 괴롭히던 변비가 한순간에 사라지는듯한 쾌감을 갖게 된다. 내 글이 딱히 주목을 받지 못해도 괜찮다. 한 주 동안 의무적으로 맡고 있던 임무를 완수했다는 사실로도 오늘의 하루는 큰 의미가 있으니까!
늦은 밤에 노트북을 덮은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의식하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 문득 글 쓸 때의 나의 모습이 직장에서 일을 할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누구든 다 그렇지 않나? 싶겠지만 나는 직장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동영상 프로그램으로 홍보물을 제작하는데, 하나 같이 모든 과정이 변비! 똥! 같다는 것이다. 솔직히 과정에서 열받는 상황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찾아낸 픽셀 조각들을 모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게 되면 꽤 멋있는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다. 그렇게 결과물을 보게 되면 이게 잘되던 못되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글쓰기도 과정과 결과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어쩌면 나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쪽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하 내가 이런 것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했던 거였지 하며 말이다
얼마 전 미용실에서 내 머리를 담당해 주는 디자이너분과 현재 하고 있는 일의 만족감에 대해서 가볍게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그분은 머리를 꾸며주는 일도 즐겁지만 특히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 새로운 주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많이 느낀다고 한다. 사람과의 대화를 굉장히 즐기는 편인 거 같은데... 내향인의 입장에선 전혀 공감할 순 없었다. (껄껄...) 아마 이분도 이런 과정 속에서 더 반응을 보이는 자신을 포착하게 되면 재미있는 취미를 찾을 수 있겠지?
어쩌면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선택한 직업이나 취미에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는지 조금씩 관찰하다 보면, 이런 부분들을 더 포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들을 겪어보며 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들을 찾아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발견에도 굉장히 큰 소중함을 느낀다. 그래 나는 어쩌면 과정은 열받고 결과는 시원한 일을 좋아하나 보다. 뭔가 변태 같지만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