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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Sep 23. 2024

토론토 벤쿠버 장거리 연애

사랑과 우정사이?

 드디어 남자친구가  밴쿠버에 오는 날이 되었다.


날씨 좋은 주말 아침, 토스트에 땅콩버터 발라  여유를 즐기면서 차 한잔 마시면서 창문 너머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남자친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쯤 짐 다 쌌으려나? 집에서 언제쯤 출발하려나?"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이른 아침부터 남자친구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남자친구는 아직 꿈속에 있었고  반쯤 다 감긴 채 전화를 받았다. 어제도 일 때문에 늦게 잤는지 피곤함이 화면 넘어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공항 가기 전에 잠을 좀 더 자고 싶어


하긴 밴쿠버가 토론토보다 세 시간 느리니  비행기를 타고 올 이곳은 토론토 시간으로 새벽일 터, 시차 적응이 필요할 만했다. 오래된 연인이 오래가는 방법은 쉽다. 존중과 배려가 전부다. 잠이 부족한 남자친구를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 얼른 전화를 끊었다.


남자친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어느덧 저녁 5시가 되었다.


 "지금쯤이면 공항에 와있으려나? 전화해 볼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이심전심이 통한 우리. 남자친구로부터 비디오 톡이 걸려왔다.


방금 공항에 잘 도착했어.


라운지에서 저녁을 먹고 1시간쯤에 비행기 탑승을 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사진 보냈다.  


 우와! 맛있게 먹고 조심히 와



 나는 남자친구가 오기 전에  집에 미리 와있기로 했다.


오후 시간이 되니 나도 슬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멀리서 나를 보기 위해 오는 남자친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이라도 해주고 싶은 욕심에 며칠 전 장 본 음식 재료들도 큰 짐 가방에  바리바리 쌌다. 밴쿠버에 오고 나서 그때 같이 장을 봐도 되지만  굳이 여기까지 와서 쇼핑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팩 하나와 luggage 하나를 가지고 룸메이트들에게 잘 갔다 온다고 인사를 한 후 저녁 9시쯤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서  집을 나왔다. 길거리는 사람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많은 짐들을 가지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하나도 무겁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가볍게 느껴졌다.

 


맨 오른쪽 C 방이 우리의 방 (방 안이 궁금하면 오백원!)
그때 그 불고기 참 맛있어 보였는데 왜 망설였을까



집에 도착해서 가져온 식료품들을 꺼내 부엌 선반에 정리해 놓으니 나사 하나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뭔가 허전한 느낌인데 뭐가 빠졌지?"


며칠 전 장 볼 때  고기가 생각이 났다. 완성되어 나온 불고기였고 그냥 프라이팬에 들이붓고 들들 볶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작은 것이 20불이고 큰 게 40불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우선 있는 걸로 불고기는 다음에 재료를 사서 만들지 뭐'라는 생각으로 결국 안 사고 그냥 . 지금 와서 생각하 불고기를 무척 좋아한 애인 평소 먹는 뻔한 음식들은 다음에 해도 불고기는 해줘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쨌든 내일 아침은 어떤 것을 해 먹을까? 생각하면서 남자친구를 기다리면서 나도 늦은 시간까지  잠에 쉽게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밤 11시가 좀 넘어 남자 친구로부터 아보츠 포드 공항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공항에 도착했다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더 컸지만 이포츠 포드는 번화가가 아니기에 혹시라도 사람도, 차도 별로 안 지나다니는 도로 한복판에서 택시를 못 잡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안전하게 잘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비디오 통화를 시도했지만 택시잡기에 정신이 팔려있는지 전화를 받지 못하는 듯했다. 몇 분 후  밤늦은 시각 택시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30분 후에 도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택시 안에서도 졸려할 모습이 뻔히 그려졌다. 계속해서 잠도 못 자고 밖에서 고생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안쓰러워 빨리 집에 와서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지내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자친구한테 전화하는 횟수도 예전에 비해서 점점 많아진다. 특히 3년 이상을 같이 알고 지내니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는 남자친구에게 연민의 정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서로 따로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예전보다 우라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교회에서 특별 토요예배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마침 새로 오신 목사님 취임식이어서 저녁으로 여러 종류의 한식이 나왔다.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교회에 있는 동안 내내 같이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는 가까운 관계인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 타이완 룸메이트 셀리와 나눈 대화가 생각나는 밤이었다.

우리는 결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 아직 싱글인 셀리는 우리 관계가 어떤지 궁금했는지 나에게 남자친구를 사랑하는지 물어보았다.  


내가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야?



셀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에게 사랑의 정의를 알려주었다.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마음보다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게  사랑이지


셀리의 대답을 듣고 평소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긴가민가 했던 남자친구를 향한 내 마음이 좋아하는 감정을 한참 넘어선 사랑하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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