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인터뷰

Introduce yourself, 그리고 바로 합격

by K 엔젤

첫 번째 인터뷰 – 낯설었지만 의외로 담담

20군데 이력서를 뿌리고 며칠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Hi, this is Hailey from HR from Ausgustine House.”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메일보다 전화가 더 현실적이었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통화 후 면접 날짜와 시간이 잡혔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 동안 손에 힘이 빠지지 않았다.


면접 날, HR 헤일리를 만나자마자 먼저 웃으며 말했다.
“제 포트폴리오 보셨어요? 시니어 케어 홈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살짝 장난 섞어 덧붙였다.
“여기 밥 맛있다고 들었어요. 나중에 한국 음식도 가져와서 같이 먹고 싶네요.”
작은 과자 한 봉지를 건네며 웃었다.
“이건 약과예요. 같이 드세요.”


헤일리가 웃으며 과자를 받는 걸 보고 긴장이 한결 풀렸다. 첫 질문은 예상대로였다.

“Introduce yourself.”

첫 질문은 예상대로 “Introduce yourself.”그 순간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났다.

‘이 질문, 내가 어제까지 거울 보고 백 번은 연습한 건데.’

이후 이어진 질문들도 대부분 내가 준비해 둔 목록과 거의 비슷했다.

머릿속에서 정리해 둔 답변들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다.


대답을 끝내자마자 헤일리가 내게 서류를 내밀었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요?”


그 자리에서 오리엔테이션 날짜가 바로 정해졌다. 면접이라기보다 합격을 확인하는 순간 같았다.

너무 좋아서 그만 면접관을 껴안고 고맙다고 몇십 번이나 말했다. 회의실에서 나와 복도를 걸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50개 준비한 보람이 있네. 오늘은 떨릴 틈도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아주머니

면접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깐 앉아 있는데, 어떤 동양인 아주머니가 다가와 물었다.

“여기서 일해요?”
“아뇨, 오늘 인터뷰 보고 가는 길이에요.”
“그래요? 어디 사세요?”
“버나비 쪽이요.”
“아, 나 여기 부엌에서 일해. 중국인 이에요?”
“아뇨, 한국인이에요~”

"나는 필리핀사람이야"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주머니가 마지막에 귓속말로 말했다.
“여기 다 좋은데 인도 애들 많아.”

그 말이 이상하게 실감 났다. 곧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시작할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이제부턴 내 얘기보단 남 얘기를 들어야지. 그래야 오래 간다.’
실습도 끝났고, 인터뷰도 끝났지만 이제 진짜 현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캄룹스와 켈로나의 고요함,
Registry 넘버도 없이 뿌린 수십 장의 이력서,
버스 정류장에서 필리핀 아줌마와의 그 짧은 대화.

그 모든 게 나한테 속삭였다.
“축하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서바이벌 시작이다.”


keyword
이전 17화맥주 대신 노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