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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Nov 08. 2023

 어느 나라에서 살아야 할까?

미국도 싫고 한국도 싫다


어느새 나는 앞에서만 친절한 척하는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미국인들에 대한 반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국에 살면 살수록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너무 싫었다. 


멜팅팟이라는 탈을 쓰고 인종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미국사람들의 그 모순적인 면모가 싫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 많은 한국사람들이 너무 그리웠고 단일민족 내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생겨버린 것이다. 나에게 더 이상의 미국병은 온 데 간 데 없어져 버렸고 동양인이 살기엔 미국이란 나라가 너무 큰 벽이었나 싶어 하루하루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드디어 그날이 찾아왔다.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꿈에 그리던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국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3개월이 넘어가니 한국생활도 지루해졌고 따분해졌다. 정작 와보니 한국말을 쓰고 산다는 것 외에 별 특별함도 없었다. 이미 한국에서 산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어영부영 3년이 지나있었다.


오랜 시간 한국에서의 방황 끝에 우연한 기회로
캐나다에 올 기회가 생겼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한 가지 다른 점을 발견했다. 미국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아시안 사람을 보면 신기해하며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불편했었다면 여기 사람들은 첫 만남에  "where are you from? Your English is good"이라는 말은 잘 안 하는 것 같다.


미국사회는 멜팅팟인 반면에 캐나다는  모자이크 사회다.


 미국사람들은 엑센트가 있냐 없냐로 네이티브 스피커인지 먼저 판 가름을 한다. 영어 억양이 있는 사람은 명백히 미국인이 아니라고 구분을 확실하게 한다. 아무리 영어를 구사할 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영어에 엑센트를 갖고 있으면 그들의 눈에는  비 미국인, 즉 이방인으로 대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엑센트 있는 1.5세대 동양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좀 불편했었던 것 같다.  당시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에는 케이팝 열풍이 그리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시아 문화에 문외한인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겐 나는 더더욱 중국인 취급을 받으면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미국보다 캐나다가 더 맞는 사람이었나?


미국사람들은 미국문화가 최고라는 자부심 때문에 타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무시하고 영어에 서툰 이민자들을 깔보는 경향이 좀 심한데 캐나다 사람들은 타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 주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여서 좋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받는 게 미국에서보단 덜한 것 같다. 미국에 있을 때와는 달리 나를 한국에서 왔냐고 먼저 반갑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현재 직장에서는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들끼리 어울려 일하지만 서로 출신국가를 잘 묻지 않는다. 영어에 엑센트도 걸림돌이 아니다. 자기의 의견을 잘 내세우면서 의사전달만 잘하면 된다.  캐나다회사는 다름을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지금까지 나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아직 이렇다 할 인종차별은 아직은 안 겪어 봤다. 하지만 이방인으로서 살고 있는 캐나다에서의 삶이 앞으로 100% 내 맘에 들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다문화에 앞장서는 캐나다도 어쨌든 미국의 형제나라인 백인중심 국가다.


동양인에 대한 은근히 보이지 않는 선입견과 벽은 확실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은 직위가 없는 일반 사원이라 못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동양인 여자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진급이라도 할 때에 백인들과 경쟁을 하면서 인종차별의 부조리를 느끼게 될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나의 모국인 한국을 잠시 등지고 외국에 나와서 지내고 있다.


중요한 것 것은 인종차별에서 오는 그 위선적인 부당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같다. 비주류로 남의 나라에서 살지 주류로 내 나라에서 살지는 죽을 때까지 이방인로서 생각해보아야 할 쉽지 않은 결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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