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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Nov 09. 2023

한국을 떠난 이유

우울증엔 약도 없다


한국에서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고 깊은 상실감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특히 급여를 제대로 받는 것이 근로자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이지만 한국에서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2년을 일했던 적이 있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쉬는 시간도 없이  일을 하면서 한국에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예전에는 강하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난데 그런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하는 일마다 쉽게 좌절하는 이상한 내 모습이 죽을 만큼 싫었다. 고민 끝에 동네 한 정신과를 찾아갔다.

 "사회적 공포증으로 인한 심각한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 검사를 미친 후 의사 선생님과 한 시간 상담을 한 끝에 나는 만성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직장에서 만난 상사는 2년 동안 모든 언어적 학대로 나를 심하게 조종했고 인류애가 사라진 나는 삶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것 것 같다.


그 상사는 내가 더 열심히 일하고 따라오자 그는 나를 회사의 노예처럼 대했다.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마다 나를 나무랐다. 내가 회사를 위해 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이 없었다.

특히 나의 행동을 무한히 의심하고 나 재능을 질투했다. 그는 나를 무능하다고 비난하면서 나 스스로 나의  능력을 전혀 믿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점점 그가 원하는 대로 나 스스로 사소한 실수에도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고 심하게 자책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나를 변화시키려는 상사의 모욕적인 말을 습관적으로 들으면서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는데

그 이후로 누가 내 눈을 바라보면서 얘기하면 불안해지는 주시 불안 장애도 생긴 것 같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1대 1 면담을 좀 하자면서 카페로 데려가서


 "나니까 너를 키워주는 거야~"

"네가 어디 가서 대우받으면서 일하겠니?

너는 다른 데에서 받아주는 곳도 없어"

"지금 퇴사하면 너만 x 신이야."

등등의 말을 나에게 자주 했다.  나는 퇴사하고 내가 당한 것이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 가관이었던 것은 그 회사는 정부가 명시한 최저시급도 나에게 지불하지 않았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지각을 하면 5분에 에 3달러씩 공제했다. 지각하니까 회사가 발전을 못하는 거라면서 직원들을 탓했다.


퇴사 후에는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길에서 만나는 모두가 나를 비난하고 미워할 것이라는 대인기피증을 갖게 되었다.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생겨서 사람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물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사장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군가가 쉽게 나서서 의견을 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회사가 지금까지 노동규칙을 위반해 왔다고 해도, 회사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그렇게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바꿀 수가 없었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유교 때문에 사장에게 옳은 말을 하는 것이 무례하게 여겨져 쉽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유교사상 아래에서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가 명확하기에 사장이 하는 모든 일에 복종해야 하는 문화이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2년이 지나서야 받아야 할 돈을 모두 받기 위해 노동청에 근로계약법 위반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사장이 근로 기준밥을 어겼다는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내 신고는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결국 회사는 코로나19 이후 폐업했고 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지옥 같은 곳을 퇴사 후 지난 3년간 모든 희망을 잃고 우울함이 지속되었다. 그곳에서의 2년 동안의 경험은 나를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재앙과 악몽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혼자 집에 있으면 문득 내가 사회에서 쓸모없게  느껴져 앞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자살까지 감행한 적도 있다.


물론 다른 직장에서 일을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위계질서가 있는 한국의  회사 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항상 나는 어떤 나라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릴까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특별한 건 아니다. 내 삶을 다시 시작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내가 지금까지 살았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어서 토종한국인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언어 때문에 차별은 받지 않아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에 아무런 굴곡 없는 순탄한 인생을 살았더라면 작은 것에 만족을 할 수 있었을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들을 겪는 것도 때로는 삶에 약이 되는 것 같다. 작은 일들에도 쉽게 감사할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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