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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럽미 Jul 01. 2024

지하철

설렘




기억속 저편의 슬쩍 남은 두근거림을 되새김 하고 싶은 날, 생각나는 기억 하나가 있어.


 


 바쁜 아침의 지하철역 안, 7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틈에서 멀리서 서 있는 너는 , 내가 마치 순정 만화의 여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지. 나를 보며 반갑게 웃는 너의 미소를 보며 황홀하다고 느낄 즘엔 꼭 지하철을 알리는 방송이 들리곤 했어. 얼마 안 남은 만두 속을 억지로 넣는 것처럼 지하철 안을 꾹꾹 채워 타는 인파에 너의 품에 한가득 안기면 너는 내가 다른 사람과 닿지 않게 손을 펴서 나에게 작은 공간을 만들어 주었어. 껴안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편하게 해주었던 공간 속에선 묘한 흥분감을 주 느꼈어. 닿을 듯 닿지 않는 너의 몸과 한참 내 위에 있는 너의 뜨거운 숨이 그대로 느껴지던 공간이었지. 덜컹거리는 지하철이 깜깜한 터널 안을 지나갈 때면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박동이 그대로 느껴졌어. 숨을 크게 참고 참아보아도 그 순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너만의 향기와 숨소리가 나를 미치게 했다. 불과 세 정거장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만나 회사를 걸어가던 그 거리까지,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 중 하나야. 나의 무뎌진 삶 속에 한 번씩 활력을 주는 기억.



나의 가슴 아주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매일 그때의 두근거림을 간직한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나 봐. 가끔 그립더라. 털이 쮸뼜서고 온몸이 붉게 달아오르던 그때의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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