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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랫동안’이라는 표현을
선택했는지?

오랫동안,김상진

by 안병권

[질문3]

책의 제목 ‘오랫동안, 김상진’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왜 ‘오랫동안’이라는 표현을 선택했는지?


[답]

작년 김상진열사 49주기 추모식때 이천 민주화운동공원 열사 묘역에서 5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그날부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남다른', '역사속 열사의 위치', '좋은 추모', '기억하기' 같은 카테고리와 그와 관련된 유·무형의 상상들과 함께 말이다. 이유는 김상진의 짧은 삶과 지금까지 50년 그리고 앞으로 50년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어떤 개념’ ‘손에 잡히는 슬로건’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몇 달간 노심초사했다. 그게 준비되어야 50주년기념사업 전체 디자인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당시점 열사와 같이 호흡했던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 진행중 양평으로 박석두선배(원예72)를 찾았다. 인터뷰 한 갈래로 ‘김상진열사 50주년을 한마디 요약한다면 뭘까요?’ 질문을 던졌다. 선배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정년 했다.

‘열사에 관한’, ‘역사서에 대한’, ‘기억하는 일’에 대하여 자정을 넘겨 이야기를 나눴다. “현직에 있을 때 프랑스 출장중 파 리근교 밀레가 살던 마을(바르비종)에 갔는데 집은 밭 한가운데 있었어. 그런데 더 인상적인 것은 건너편 마을 어귀에 글귀가 새겨진 표지석(비석)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항상 생화 꽃다발이 놓여 있는데 그게 인상적이었거든” “2차 대전 때 이 마을 출신 레지스탕스를 기리는 비석인데 전쟁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십여 년 동안 끊임없이 사람들은 이곳에 꽃을 바치고, 마음을 놓고, 추모한다는거야.” “아주 오랫동안”

선배는 마을 이야기를 마치며 ‘아주 오랫동안’이란 단어로 말 매듭을 짓는다.


순간, 무엇이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작은 비석에 수십년간 마음을 주고, 이어가고, 서로를 보태도록 하였을까? 짐작과 동시에 ‘오랫동안’이라는 네 글자가 뇌리에 박힌다.


오랫동안. 뜻은 ‘아주 긴 세월’인데 느낀 감동은 무궁무진했다. ‘시간’뿐만 아니라 '지속', '실행',‘공간’의 의미도 포함되어서다.


다시 민주주의, 다시 김상진

그리고 위대한 조국의 민주주의가 도래하는 날, 그 이후에도 김상진.

그렇게 김상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와 우리 곁에 오랫동안 살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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