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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ergreen Jun 06. 2024

먼 미래에서 온 사람들

동래성 전투 개입 직전.


개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개입을 한다한들 역사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이러한 것들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중대원들의 목숨 역시 의미 없는 죽음이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이 무지막지한 참상을 보고 있으란 말인가.

중대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 결국 다시 현대로 돌아가지 못하면, 조선인들이 될 수밖에 없잖은가. 그리고 언제까지….


물리학도인 최상병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는 알 수 없는 얘기를 했지만, 한 가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이 우주도 수많은 우주의 하나라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도 이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짓을 하든 우리의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 우주 외에 다른 우주에도 내가 살고 있다? 그럼 나는 누구이며 나의 인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중대장은 최상병에게 이게 무슨 말이냐며 다소 다그치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최상병은 비록 물리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가능할지 모르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이라는 것이다라고 다소 의젓한 말에 스스로도 놀라 해하며 말을 이어갔다.


결국 우리는 이 현실에 충실해야 하며 이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우리는 스스로 미래를 알 수 없고, 다른 우주 속이든 다른 시간대의 나의 삶이든 그것들은 지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최상병과 중대장은 느닷없이 철학적 논쟁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몇 분의 시간이었던 것 같으나, 수천 년을 지나온 것 같으며, 몇 마디의 말 같았으나 수 천권의 책을 읽고 논하는 것 같았다.


대체 이 현실에서 답을 찾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의문은 의문을 계속해서 낳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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