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3) - 두 번째 실패, NTRP PLUS
첫 번째 아이템을 통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우리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아직 실패를 견뎌낼 힘이 남아 있었다.
그때 테니스를 오랫동안 쳐온 팀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주로 모르는 사람들과 테니스를 치게 되는데, 막상 만나보면 실력 차이가 커서 재미없는 게임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테니스 붐도 일고 있었고, 사람들의 경기를 기록하고 데이터화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풋살을 가끔 했었는데, 풋살 쪽에서는 플랩 풋볼이나 퍼즐 풋볼 같은 서비스들이 잘하고 있었다. 인원수가 풋살만큼 많지는 않아서, 똑같은 비즈니스모델은 힘들겠지만, 테니스장 부족 같은 다른 문제도 많았고, 그만큼 기회도 있다고 봤다.
첫 번째 실패를 통해 우리는 사용자 유입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실히 깨달았고, 이번에는 사용자가 쉽게 모일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사용자 간의 자연스러운 바이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기존의 NTRP(National Tennis Rating Program) 실력 기준을 활용한 온라인 실력 테스트 서비스를 만들었다. 귀여운 캐릭터(이름은 테도르였다…)와 함께 실력 테스트를 공유하게 한다면 테니스계의 MBTI 같은 NTRP PLUS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마케팅 접근 방식도 예전보다 전략적으로 다듬었다. 서비스의 성격에 맞게 소규모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NTRP PLUS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과도 없는 시간이 2주 정도 지나니, 또 첫 번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기억났다. 이번에도 실패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아이템을 고민했다.
그러다 2023년 1월, 한 블로거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반응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테스트 완료 알림이 쉴 새 없이 올라왔고, 첫날 방문자는 100명, 다음 날은 200명, 곧 1,000명까지 도달했다. 놀랍기도 했고, 기대감에 스며드는 엄청난 도파민이 분비됐다. 매일 올라오는 테스트 완료 알림을 보면서, 지난 실패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작은 성공에 취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싶었다. 사용자들이 꾸준히 실력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완하자, 실력 테스트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 오프라인 테니스 대회 운영 프로그램도 만들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진행하려 했다. 게다가 팀원 세 명 중 한 명이 해외에 2주간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남은 둘이서 개발, 오프라인 테니스 경기 주최, 테니스 대회 주관사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결국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했고, 꿈같던 잠깐의 성공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결정타는 정부지원사업에서의 탈락이었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서 받는 지원도 끝나며, 이제 돈이 나올 구석이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잠깐의 성공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일도 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우리는 돈 버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됐고, 그렇게 NTRP PLUS는 막이 내렸다.
두 번째 시도에서도 꽤 많은 걸 얻었다.
바이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감을 잡은 정도..?)
우리의 자원은 한정적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약간의 성취
바이럴 시킨 후에 이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몰랐다.)
이 글도 역시 내가 좀 더 나았더라면, 잠깐의 성공을 눈덩이처럼 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