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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Jan 18. 2024

사람을 찍지 않은 이유

나의 사진일지


“전 인물을 찍지 않아요.

찍어도 풍경, 오브제와 어우러져있을 때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쪽으로만 담아요. “


일본에서 스냅촬영을 나오신 작가님과

촬영중에 나눈 대화이다.

잠자코 듣던 작가님께선 헤어질 즈음

말씀하셨다.

“전 사람이 무엇보다 가장 멋진 피사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코지 님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


이 말은 늘 내 머릿속에 맴돈다.


나는 왜 그렇게 사람이 아닌 것에

매력을 느끼고 애정을 느끼고 의지할까.

이를 담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게 왜 이리 행복할까.


최근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그 이유를

어림풋 생각해 보았다.


내 사진들은 작은 나만의 세상이었다.


‘사람은 너무나 무섭고  이기적이며 언제든

떠나가는 존재. 나를 위로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냥 돌처럼 차가운 사람이었으면 좋았을걸.

마음이 자꾸만 사람에게 호기심을 품고 녹아들어 가는 나는 나를 지키는 방법이 필요해 시선을 돌렸다.


변하지 않고 담담히

그대로 그 시간 안에 존재해 주는 것들이 좋았다.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할

용기가 참으로 부족했다.

다시는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나의 상처는 항상 사람에게 왔다.

제일 큰 지분은 아마 나 자신이겠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히

나를 지키는 틀에서 살면 된다는 생각.

그것이 나를 지키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세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린아이에 갇혀있는 그런 마음은

언젠가 들통날 것이다.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는 용기.

이 틀에서 벗어나 변해가는 무언가를 마주하고

어딘가에 나의 시선을 녹여보고 싶다는 욕심이

차분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잠결에 들린 등을 보고도 담담히 고통을 숨기는 사람이 아니라 손을 뻗어 감싸 안고

사랑한다고 떠나지 말라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상처를 둘러맨 틀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아니라  자발적이며

온전히 살아있는 정말 나 자신을 알아차려야 했다.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뷰파인더를 거쳐 세상을 한번 바라본다. 여전히 겁먹은 나의 시선이 담긴다.

분명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고 이 시선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반 다지기를 시작해야 한다.


점점 나의 사진은 어떤 것을 담을까.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을까.

사람이 아닌 무언가에게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건네며 더 살아 숨 쉬게 담을 수 있을까.


여전히 사람을 찍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어두고 싶다.


‘살아있음’이라는 게 얼마나 귀하다는 걸

여길 수 있을 때.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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