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ghwan choi Feb 02. 2023

넓은 사무실에 홀로 있는 순간

지금의 순간에 감사

아침 일찍 아이랑 같이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아이 학교가 있는 정거장에서 세 정거장만 더 가면 회사다.


오늘따라 아침 일찍 등교하고 싶다고 해서 일찍 출발을 했더니, 사무실에 오니 아무도 없었다.



한 층에는 50명 정도 앉을 수 있지 싶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거의 다 재택근무라 낮 시간에도 이 넓은 곳에 사람이 없다. 오늘 낮에는 총 3 명이 같은 층에서 근무를 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지정좌석제가 폐지되었고 모든 직원은 자기 짐을 집에 가지고 가야 했다. 그 결과 이제 오피스로 출근하면 내가 원하는 자리를 매일 예약해서 앉을 수 있다.



요 며칠 강가 자리에 앉아서 일을 했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는 주인이 있었다. 강이 보이는 이 자리가 부러울 때가 종종 있곤 했다.


이제 그런 자리에 앉아 조용하게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다니. 일에 집중하다가 눈을 들면 빌딩과 강이 보이는 곳이다. 충전 모드...



벌써 첫 출근한 지 11년이 넘었지만, 오늘따라 사무실이 새삼스레 다르게 느껴진다. 지난 몇 년 동안 재택근무에 익숙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너무 감사하다. 나는 너무나 좋은 곳에서 살고 있고, 일하고 있으며, 나를 찾아가고 있다.


다만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요즘 뉴스를 보면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여러 회사에서 대규모 감원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 회사에서도 최근 전사 회의와 이메일 등을 통해,  성과를 강조하고  회사 실적이 회복되지 않으면 감원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계속 준다.


미국 회사의 호주 지사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차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 미국 동료와 일을 하려면 나는 밤 11시에 일을 해야만 한다. 최근 우리 부서에서는 호주에서는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는다. 내가 사장이어도 그렇게 할 것 같다. 실제로 2019년에 호주 오피스에서 한 바탕 감원이 되고, 몇 개 팀이 없어졌다.


뭐 두렵지는 않다. 그동안 회사일을 하면서 나 자신의 발전을 함께 생각하며 일을 해왔다. 최근에도, 실컷 좋은 프로세스와 팀을 잘 만들어놓고(아마 내가 계속 그걸 맡았다면 몇 년은 편하게 일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 주고,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는 도전을 했다. 회사에서도 필요한 일이고,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아무튼 뉴스와 같은 그런 상황이 정말 온다면 그것은 그때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은 좋은 곳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2023. 01. 31 작성)

작가의 이전글 돈과 시간이 모두 주어질 때 무엇을 할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