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분의 일 Jul 11. 2023

사랑이 기적이 되는 순간

다시는 겪지 못할 순간

누군가 저에게 있어서 사랑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저는 늘 사랑은 책임이라 말했었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는 이유가 저의 어리석었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렇기에 남들 쉽게 뱉는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내뱉지 못했어요. 저 스스로를 책임지기도 버거운 현실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들 때문에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함께’인 것보다 ‘혼자’인 것을 더 선호하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무겁고 어렵게 생각하는 것만큼 이토록 아름답고 힘이 되어주는 것이 있을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사랑을 시작하면서 저 자신을 가두어 놓았던 방문을 열고 나오고, 이제는 하루라도 밖을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어떠한 사람을 만나서 서로에게 물들고, 다른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던 이들이 어느새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삶이 우리에게 주는 수많은 선물들 중에서도 정말 매력적인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학창 시절 때부터 제가 원하는 뚜렷한 전공이 있었던 저는 늘 하고 싶은 것과 뚜렷한 목표를 갖고 살아왔어요. 그렇기에 사실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 것이 없거나 어떠한 인생의 목표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했었어요. 그래서 사고 직 후 병원에서는 1년이 지나면 걸을 수 있고 뛸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었기에 긴 시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에도 누워서 하루 종일 다 나으면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저에게는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삶이 당연한 삶이었거든요. 당시에 옆에서 제 병간호를 해주셨던 아버지께도 나가면 많은 것들을 하면서 살 것이라 웃으며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의사 선생님께서 말하셨던 것처럼 1년 뒤에 저의 두 다리로 걷고, 뛸 수 있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사고가 나고 2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저는 목발의 도움 없이는 걷지 못하고 있어요. 처음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1년이 지날 때부터 저는 점점 삶에 대한 욕심들을 비워가기 시작했어요.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심은 저를 더욱더 어둠으로 가득 찬 욕조 속으로 끌어당겼거든요.


누군가에게 제가 겪었던 일들과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가 오면 저는 항상 2년 동안은 저의 삶을 살지 못했다고 말해요. 삶에 대한 의욕도, 목표도, 욕심조차도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저 방 안에서 그 누구의 시선도 느끼고 싶지 않고 느끼는 것이 두려워, 저의 부족하고 짊어져야 하는 현실을 피하기 급했던 경험은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너무나 괴롭고 외로운 경험이었어요. 그저 강한척하며 무너지지 않게 버텼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토록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제 마음 깊은 곳에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던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저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있었어요. 깊은 욕조 속에서 새까만 어둠 속에서 발버둥조차 치지 못했던 저에게는 말 그대로 한 줄기 빛 같은 사람이었어요. 그분은 저 스스로를 가두어 놓았던 철창문을 따스한 봄날의 햇볕보다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열어주었어요. 저는 그저 그분이 열어준 그 문을 나온 것 말고는 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곳에서는 저에게 다시 가져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제가 포기했던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어요. 저는 제가 포기했던 수많은 것들 중에서 제일 먼저 삶에 대한 욕심을 먼저 꺼내 들었어요. 저의 마음속에 다시는 들지 않을 것 같았던 ‘다시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속 한마디가, 삶에 대한 욕심이 저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것들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아무리 현실에 부딪히더라도 ‘해야만 한다.’ 생각하고 깨질 때까지 더 부딪히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분을 만나고 한 때 온라인 사업을 도전해 본 적이 있었는데 보기 좋게 마무리 지었었죠. 하지만 저는 이것을 그저 실패라 생각하지 않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사고 뒤에 지금 제가 살아가고 있는 삶은 다시 태어났다고 했던 말 그대로 저의 새로운 삶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사고 전에 제가 갖고 있던 가치관, 삶을 대하는 태도 같은 모든 것들이 지금과는 조금도 아니고 전혀 달랐거든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잖아요? 전에 살아왔던 삶을 생각해 보면 저도 많은 실패들을 겪어보았고 그것들을 발판으로 삼아 성공을 좇았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삶에도 그런 시간들이 필요한 거라 생각해요. 부딪혀보고, 깨져보고, 겪어보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기도 하면서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삶에 대한 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는 아직 제가 불완전하고 그로 인해 불안정하다고 생각해요. 그분을 만나면서도 제가 몰랐던 저의 모습에 놀라고 혼란스러웠을 때가 많았었습니다. 저 자신도 그런 저의 모습에 놀랐었는데 그분은 얼마나 놀라고 혼란스러웠을까요. 지금 글을 쓰면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아도 그런 저의 모습을 보아도 끝까지 저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그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것도 그분의 수많은 힘들 중 하나겠죠.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삶에 대한 욕심조차도 없었던 적이 있었기에 그분을 만나고 다시 어렵게 얻은 소중한 것들을, 삶에 대한 욕심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저조차도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었고, 경험이었기에 저는 올바른 방법으로 이런 마음을 지키지 못했어요. 어떤 일이든지 계속해서 겪어보고, 이루어내면서 저에게 소중한 것들을, 욕심을 지켜냈어야 했는데 저는 그저 다시 잃고 싶지 않다는 불안과 강박, 집착으로 소중한 것들을, 저의 삶에 대한 욕심이 오히려 저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었어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다시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는 게 미치도록 너무 무서웠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철창 속에 저를 가둘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 미친 듯이 손을 뻗어서 잡으려고 하고 어린아이처럼 손에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떼를 썼던 것 같아요. 그저 어린아이의 어리광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일들 말고도 정말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를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의 잘못된 방식과 방법으로 결국 저는 그분을 잃었고 사랑을 잃었어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이별 직후에는 그저 고통과 절망, 다시 어둠뿐인 때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불안함으로 가득했어요.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감정뿐인 시간들은 결국 지나가고 있고, 더욱더 정신 차리고 멋지게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추리고 거기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글쓰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 일들을 어떻게 견뎌내고 버텨냈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그만큼 글쓰기는 저에게 소중한 것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정말 웃기게도 최근에 글이 써지지 않았을 때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써 내려가고 있어요. 지금은 글을 쓰는 게 단순히 제가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바뀐 저의 모습을 알아가고, 마주하고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한 마음으로 지금처럼 그 분과 만나왔던 과정을, 그로 인해 느꼈던 저의 감정들을 글로 적기 전에는 저의 어떤 점들이 잘못됐는지조차 몰랐거든요. 어떤 문제든지 해결하는 과정은 진심으로 알아가고 뉘우친 다음에 오는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글쓰기는 저에게 이 세 가지 과정들 전부 이겨내는 수단이에요. 그렇기에 더욱더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손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분은 저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욕심과 용기를 선물해 주었고, 저에게서 멀어질 때 까지도 긴 시간 동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뀐 저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너무나 보잘것없게 바뀐 저의 모습들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그분이 선물해 주었던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로 바뀐 저의 모습들을 알아가려고 해요. 그저 껍데기뿐만이 아니라, 흉터와 공허함으로 가득했지만 그분이 제게 주었던 사랑으로 가득했던 지금은 비어있는 내면의 빈 공간들을, 공허함을 올바르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 보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잊지 못할 사랑이라는 기적을 선물해 준, 삶에 대한 소중함을 선물해 준 그분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오늘도 글을 써 내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만을 위했다 말하고 나만을 위했다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