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삶이 되는 순간
다시는 겪지 않아야 할 순간
누군가에게는 그저 낭만적인 순간처럼 들릴 수도, 꿈같은 순간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제가 듣기에는 이처럼 위험한 순간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요. 만약 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거나, 그분과 함께하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절대로 저의 사랑이 저의 삶이 되게끔 만들지 않을 겁니다.
사랑을 할 때 소중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있어서 사랑은 저를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그분과 함께했던 저의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럽게 저의 삶이 됐었어요. 삶에 대한 욕심조차 갖지 못하고 삶의 소중함을 하나씩 포기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저의 사랑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강박으로, 만약 놓치고 잃는다면 다시 모든 것들을 포기하게 될 것 같은 불안이 되었습니다. 결국 아무리 보이지 않게, 들키지 않게 덮어놨어도 비어있던 저의 내면의 결핍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사고로 ‘나’라는 사람이 바뀌었고,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랑할 때 저의 모습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제 자신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해요.
저에게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고 잃으면서 저의 부족한 점들과 문제점들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쉬워요. 살아가면서 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부족한 점들을 부족하지 않게 채워내고, 문제점들을 올바르게 올바른 방법으로 바로잡는 것뿐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번처럼 저의 부족한 부분들과 문제점들로 저의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는 경험은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누구라도 저와 같은 마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사랑이 삶으로 변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분과 함께 할 때 저에게 있어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에게는 글을 쓰는 일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이지만 그때의 저에게 글쓰기는 그저 저를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허울 좋은 핑계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저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그저 듣기 좋게,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로 다치기 전에는 항상 어떤 일을 하든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심과 야망이 있었어요. 제가 즐기고 꿈꾸던 일들은 항상 어느 정도 신체적인 능력과 저 자신의 감정을 마주 하고 풀어내는 힘을 필요로 했고 그런 능력들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늘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신도 갖고 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고 후에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해야 한다는 것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런 제약 없이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지 않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 안에서 도피하고 회피하려고 한 것 같아요. 그렇기에 이번 일을 계기로 지금의 저에게 있어서 소중한 일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저의 감정을 풀어내는 일이 좋아요. 세상에 없던 것들을 제 손으로 만들어 내고 그 결과물들을 볼 때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했을 때 창작을 하는 직업이 제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고로 인해 장기간 치료 중인 몸이기에 어느 정도 저의 신체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치고 나서 처음으로 현실과 저 스스로에 대한 타협을 한 거죠. 저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에 저 또한 이런 시간들을 마주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든 시간을 마주하고 저는 단순하게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은 것뿐만이 아니라 저의 감정을 마주하며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싶었어요. 저는 같은 일이어도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삼았을 때와 업으로 삼았을 때에서 오는 그 이질감과 괴리감을 오직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마음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아직 제가 경험해 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업으로 글을 쓰는 삶은 고민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오로지 저만을 위해서 글을 쓰고 있기에 저의 경험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까 고민도 되지만 이런 고민들은 저의 점점 쌓이는 저의 글들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요즘은 조금이라도 더 써 내려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창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의 손으로 낳은 나의 자식 같은 결과물들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거든요.
사랑이라는 게 참 대단하지 않나요? 그저 그분을 아껴주고 옆에서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감정이 어느새 저의 삶의 방향성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참 신기하고 대단하다 생각해요. 저는 어떤 아픔이든지 그 아픔이 주는 가르침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부족하고 잘못된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만큼 저에게는 이런 것들을 알아가고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저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내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도 그분을 알아갈 때 저를 예쁘게 바라봐 주었던 저의 힘이겠죠. 이제는 이런 저의 힘을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금처럼 필요로 할 때 저를 지켜주는 저의 무기로 만들 생각이에요. 긴 시간 동안 힘든 시간들을 겪었던 만큼 제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랑이 삶이 되는 순간은 정말 한 순간인 것 같아요. 누구나 쉬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 저는 저의 부족함을 밝게 빛나는 그 분과의 만남을 통해서 현실을 잊고 저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했기 때문에, 저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내면의 결핍을 마주하고 저 스스로의 힘으로 채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분과 저의 관계가 점점 서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저의 옆에서 힘이 되어주던 그분을 저의 원동력이 아닌 피난처로 만든 것은 제 자신임을 알기에 그분이 그저 한 순간의 감정에 대한 본인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후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을 원동력으로 삼아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지금은 그저 당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항상 옳은 선택을 했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의 사랑이 저의 삶이 되어서, 저의 삶이 저의 사랑이 되어서 저의 옆에서 힘이 되어주던 사람을 상처 입히고, 잃게 된 경험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저에게 있어서는 그 어떤 경험보다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일들과 아픔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순간적인 이별의 아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저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 만큼 큰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저에게 다시 사랑이라는 소중한 감정이 찾아온다면 그때에는 절대로 저의 사랑이 저의 삶이 되게끔 하지 않고 저의 삶의 원동력으로 만들어 낼 겁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도 저는 글을 써 내려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