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내가 내일을 사는 나에게

by 박 수 연



나는 봄을 반긴다.

연초록으로 살랑거리는 것도 좋지만 내 어린 마음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학창시절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설렘으로 학교를 갔다. 코끝으로 느껴지던 꽃샘추위는 봄을 알려 주었다.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은 연초록색 잎 사이에 피어나던 노란 개나리가 생각이 난다. 세월은 가고 마음은 학창시절 등굣길에 멈추어 있다.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어릴 적 그대로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내 얘기가 되었다.

올 초에 한 커뮤니티에서 자원봉사를 알게 되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스마트폰 강의였다. 종로에 있는 북촌한옥마을에서 함께 할 봉사자들이 모였다.

첫 미팅이며 모임 이름은 ‘디튜봉사 크루’이다.

도시에서 벗어나 골목길을 들어서니 한옥 마을이 있다. 한옥을 들어서며 감탄했다. 복잡한 도시가 바로 곁인데 이곳은 고요하고 아늑했다.

투박해 보이는 마루에는 따스한 햇살이 들어왔다. 한여름 그늘을 찾는 뜨거운 태양과는 다른 따스하고 은은한 해였다. 한옥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기와지붕과 나무를 이용한 것이 한옥은 언제 보아도 편안했다.

처음 만난 멤버들과 긴장감마저 사라지게 했다

회원 중에 한명이 예약 해 놓은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작은 방은 단출했다. 탁자와 방석이 준비된 뜨거운 온돌방이었다.

뜨거운 방석 아래로 손을 넣고 멤버들은 만족해했다. 한옥의 매력에 더 빠져들게 했다. 문은 창호지를 붙여 바람을 막고 문고리는 둥그런 쇠로 만들어졌다. 나는 어릴 적 한옥에서 자랐다.

겨울철이 다가오면 부모님은 풀칠 한 한지를 정성스레 문에 붙었다. 문에 구멍이 생기면 종이를 오리고 그 자리에 붙이곤 했다.

손자 손녀들이 오가고 나면 그 흔적이 더 많아졌다.

어르신들은 구멍을 뚫어 놓은 자손들에게 농담 삼아 한마디를 했다.

“누가 구멍을 뚫어 놓았냐?”

그럴 때면 어린 자손들은 서로 눈치를 보곤 했다.

친정집에 혼자 사는 엄마는 깨끗하고 하얀 한지를 지금도 붙이신다.

한곳에 마을을 이루고 있는 한옥이 아름답다.

작은 사랑채는 신비롭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하는 모임이 좋았다. 분위기 좋은 도심의 카페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10명 남짓 모인 이날 한두 명을 빼곤 모르는 사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지만 같은 뜻을 가진 모임이기에 그리 중요하진 않았다.

봉사 멤버는 50대에서 70대까지다. 스마트폰 공부를 기초부터 많은 시간을 갖고 배웠다. 배움을 봉사로써 나누고 싶어 하신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온라인 세상 기능들은 매일 새롭게 느껴진다. 햄버거 하나를 주문하더라도 디지털을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자식들에게 묻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직접 배우게 되었다. 모두가 배움을 좋아하고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다.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탁자를 붙이고 준비해간 노트북을 이용해 강의안을 만들어 나갔다.

올 1년 동안 복지관 봉사를 위한 강의안이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어떤 강의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상의 하였다. 집중해서 한 덕분에 빨리 끝낼 수 있었다. 모두가 바쁜 일상이 있기에 모임을 마치고 바삐 헤어졌다.

매순간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다. 누가 시켜서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세상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느지막이 내게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배움의 욕심이다.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뒤를 돌아보게 된다.

잠시 나이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

이곳저곳 아픈 곳이 생길 때면 고쳐가며 쓰고 있다. 아무리 배움이라도 과하면 추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내일을 살아야 할 내게 질문 해 본다.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지금껏 살아온 날을 뒤돌아보면 결혼 전과 결혼 후인데

가정을 이루고 나만의 추억이 없어졌다.

내일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미소가 지어지는 좋은 추억을 갖을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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