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by 박 수 연


북촌 한옥 마을에서 만남 후 스마트폰 봉사 날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봉사지만 망설임이 있었다.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여러 생각을 한다. 철물점을 하고 있어서가 제일 큰 이유이기도 하다.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막상 시간을 내어 보니

가게에 큰 무리가 없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남는 시간을 기다리다 보면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기꺼이 시간을 내었을 때 무슨 일이든 시작이 된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선택을 잘 한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아니야. 할 수 없어!”

모든 핑계를 대면서 편하게만 살려고 했다. 이제 그런 핑계는 내게 통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첫 수업’ 동대문구까지 갈 생각에 긴장감과 약간의 설렘으로 출발 했다. 홈플러스 문화센터 강의를 마치고 서둘러 복지관으로 향했다. 합정에서 271번 버스를 탔다.

며칠 전부터 교통편을 알아 본 노선이다. 가까운 노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가는 길이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출발을 했다.

버스에 오르고 한참을 갈 생각을 하니 느긋한 마음이 들었다.

차창 밖 서울 시내의 모습을 보았다. 차들과 사람들은 바삐 움직였다. 신촌을 지나 종로6가까지 지났다. 제기동을 지나고서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버스는 청량리역을 지나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 큰 시장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 구경을 많이 했다.

서울 시내구경은 다 하고 있는 듯 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을 했을 때 271번 버스가 맞았다. 나를 믿기로 하고 중랑교에서 내렸다. 이날은 뿌연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었다. 낯선 동네에 내려 보니 막막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디로 가야 할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유난히 시끄럽고 차들은 정신없이 휙휙 지나갔다. 강의 시간은 벌써 늦었다. 등줄기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따라 흐린 날씨 탓인지 눈은 더 침침하게 느껴졌다.

돋보기를 꺼내 스마트폰 길 찾기를 할 여유도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음이 급해지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는 것이 제일 빨랐다.

“저 말씀 좀 물어 볼게요. 이 근처에 동대문 장애인 복지관이 어디에 있어요?”

‘......’

“잘 모르겠어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택시를 타기로 했다.

다행히 택시는 바로 잡혔다. 택시에 오르니 실내가 청결했다. 60을 훌쩍 넘어 보이는 기사 아저씨는 말도 시원시원했다.

말도 잘 통했다.

“동대문 장애인 복지관을 찾는 데 잘 못 찾겠어요.”

‘.........’

기사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동대문에 장애인 복지관이 동문 서문에도 있는데 아마도 잘못 찾아 온 것 같아요. 청계천 쪽에 있는 곳인 것 같네요”

말을 마치고 오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내가 탄 버스는 돌고 돌아 너무 멀리 왔다.

택시를 급하게 돌리고 청계천 근처에 있는 ‘구립 동대문 장애인 복지관’을 찾아 줬다.

“이곳이에요”

낯선 동네에서 재빠르게 찾아 준 기사님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동대문 장애인 복지관이면 한군데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이름의 복지관이 여러 개 있으리라는 생각은 해 보지를 못했다.

숫자만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단어에도 여러 개의 비슷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강의실은 3층에 있었다.

힘들게 강의실을 찾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반겨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옥마을에서 만나 강의안을 만들었던 강사님들이 모여 있었다. 길을 헤매다 늦었다는 사정 얘기를 했다.

수강생과 봉사자는 1대1로 이루어졌다. 봉사자 중 제일 연장자이신 강사님은 사범대학을 나오셨던 분답게 꼼꼼하게 강의를 준비해 오셨다. 스마트폰 기초 수업을 해 주셨는데 수강생과 봉사자가 함께 배우는 시간이었다.

강의는 ‘디바이스 케어’를 시작으로 이루어졌다. 무엇이든지 청소가 잘 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듯이 스마트폰 역시 깨끗한 상태로 시작 했다. 1시간의 강의는 집중이 잘 되었다. 만족스러운 강의였다.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몇몇 동료들과 함께 했다. 낯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해져야 할 길이었다. 등줄기에 땀이 날 정도로 길을 헤맬 때 보다 동료들이 있으니 편안했다.

뿌연 미세먼지도 걷히고 버스보다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전철 노선이 보였다.

내가 사는 동네에 볼일이 있다는 동료 강사와 함께 오면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집에 도착하니 힘들지 않았다. 몸이 에너지를 채우고 온 기분이었다. 길을 헤매고 정신없는 날이었다. 평소 같으면 힘들어 지칠 만도 한데 오히려 몸이 가벼웠다. 집안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오히려 내가 기운을 받아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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