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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매니징, 왜 팀을 더 느리게 만드는가

서비스기획자의 시선으로 본 리더십

by Paula


IT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면, 팀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프로젝트의 속도와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마이크로매니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마이크로매니징은 리더가 팀원들의 일을 세세하게 통제하고, 작은 결정까지 직접 관여하는 리더십 방식이다.
겉으로는 꼼꼼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팀의 속도를 늦추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독이 된다.



1. 실행 속도가 느려진다

IT 서비스 기획은 시장 상황과 내부 리소스가 계속 변하는 환경 속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팀장이 모든 산출물에 일일이 수정 지시를 하고, 버튼 하나의 문구까지 직접 결정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의사결정이 쌓이고, 피드백 대기 시간이 길어지며, 결국 프로젝트 전체 일정이 늘어진다.

작은 확신으로 빨리 시도하고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이크로매니징은 그 학습의 속도를 끊어버린다.



2. 팀원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다

기획자는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마이크로매니징은 판단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냥 시킨 대로 하면 된다”는 메시지는 주도성을 앗아가고, 기획자를 단순 전달자로 만든다.
장기적으로는 팀원이 생각을 멈추게 되고, 리더만이 ‘판단 가능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이런 팀은 인재를 붙잡을 수 없다.

여기에 더 중요한 게 있다. 기획자는 자기 서비스에 대한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Product Manager, Product Owner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기획자는 서비스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정 없이는 버틸 수 없다.

프로덕트 팀 안에서 누구보다 서비스에 깊이 몰입하고 애정을 가져야 하는 역할이 기획자인데,
정작 리더가 모든 걸 쥐고 흔든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순간, “이 문구가 유저에게 적합한가?”가 아니라
“팀장님이 좋아하실까?”가 고민의 기준이 되어 버린다.
메일 문구 하나, 버튼 텍스트 하나까지도 팀장 눈치를 보게 된다면 기획자의 오너십은 사라지고, 결국 팀 전체의 애정도도 떨어진다.

마이크로매니징 하면서 오너십을 기대하는 건 모순이다.
손발을 묶어두고 주인의식을 가지라 요구하는 건, 결국 리더의 욕심일 뿐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 굴레를 끊어내야 한다.
팀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다.



3. 리더 본인도 지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크로매니징은 리더 자신도 소모시킨다.
모든 걸 직접 컨트롤하려니 당연히 일이 몰리고, 정작 리더가 해야 할 큰 방향 설정이나 조직 관리에는 시간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놓치는 것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팀장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 속에서 더 깊게 매몰되고,
팀원은 “내가 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 속에 멈춰 서게 된다.



4. 신뢰의 부재가 만든 악순환

마이크로매니징의 뿌리는 결국 신뢰 부족이다.
팀원을 믿지 못하니 작은 부분까지 직접 확인하고 수정한다.
하지만 신뢰받지 못하는 팀원은 더 위축되고, 리더의 불신은 점점 강화된다.

이 악순환은 팀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협업보다 ‘눈치 보기’가 우선이 된다.



마무리하자면...

IT 서비스 기획은 완벽한 답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불완전한 답을 빠르게 내놓고 개선해 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세세한 통제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팀을 믿어주는 것이다.

작은 결정을 위임받고, 스스로 실행하며 배우는 경험이 쌓일 때 팀은 더 빠르고 단단하게 성장한다.

빠른 변화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기획자들에게, 이번 글이 리더십을 돌아보는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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