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흐릿할수록 기획자는 선명해야 한다
데이터리안 독서 챌린지 2주 차다.
(지난 1주 차 작성글 : Link )
[데이터 삽질 끝에 UX가 보였다]를 읽고
지난주 PART 1이 ‘기획자로서의 고민 깊이’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PART 2는 내가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챕터였다.
책을 읽으며 내 얘기 같아서 부끄럽기도, 긁히기도 했던 대목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PART 2는 1편보다 훨씬 몰입감 있게 읽혔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아홉이 마주한 현실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이 너무 실제 같아서, 순간순간 내가 했던 프로젝트들이 겹쳐 보일 정도였다.
특히 이번 파트는 ‘경수’라는 Product Manager 외에 ‘태진’이라는 기획자가 등장하는데
경수를 통해서는 성숙한 PM/기획자가 어떤 깊이로 사고해야 하는지를 배웠다면, 태진을 통해서는 현장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내가 보여주기도 했던) 있는 그대로의 탑다운 과제에 대한 기획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1편에서는 “내 고민의 깊이”를 돌아봤다면,
2편에서는 “내가 동료들을 어떻게 일에 참여시키고 있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니, 그냥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태진이 디자인 요청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추상적인 배경만 던져주고,
‘왜’와 ‘무엇을 위해’가 빠진 기획서를 전달하고,
그 뒤에 “이 플로우로 디자인을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 이 장면에서 이상하게 낯선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익숙했다.
나도 태진처럼, 불완전한 배경과 목적만 가지고
나름의 논리를 쌓아 기획서를 만든 뒤
디자이너에게 “이대로 작업 부탁드려요”라고 했던 적이 많았다.
그리고 최근에도 그런 기획서를 리뷰했다.
(변명을 하자면 타이트한 시간에 답이 정해진 요구를 받은 환경이라는 핑계를 대본다..)
내가 가진 정보가 불완전했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제대로 된 목표를 공유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
내가 배경을 깊이 파고들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직무가 불확실한 가운데 작업해야 했던 건 아닐까?
PART 2는 그런 내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비췄다.
아홉은 태진의 요청이 모호하다고 느끼자 스스로 문제를 다시 정리하고, 핵심 질문을 뽑아보고,
필요한 데이터를 찾는 방향으로 스스로 움직인다.
그 과정을 보며 나도 큰 깨달음을 얻었다.
배경과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면 기획자는 더 명확해야 한다.
책에서 말한 세 가지 상황에 특히 공감했다.
프로젝트 배경·목표·목적이 명확할 때
→ 데이터에서 해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나옴
배경만 있고 목적·목표가 없을 때
→ 스스로 ‘임시 목적’을 세워 방향성을 설정
모두 없고 매우 추상적일 때
→ 회사 또는 서비스의 존재 이유로 방향을 잡음
나는 그저 “정보가 없으니 이 정도로 시작해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아홉의 접근은 달랐다.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질문을 만들어내고,
그 질문을 통해 방향성을 만든다.
그게 성숙한 기획자의 태도라는 걸 이번에 더 확실히 느꼈다.
그리고 나 역시 배경만 주어지는 상황이 많아 목적을 뽑아내는 부분은 많이 연습하고 체화해야겠다고도 느꼈다.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쿼리를 짜고 대시보드를 만들고 거창한 일을 떠올렸지만, 이 책은 그 과정을 무겁지 않게 풀어준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정량 데이터 정제하는 법
사용자의 패턴을 찾아 정성 데이터 분류하는 법
너무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들이
“아,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감각으로 바뀌었다.
특히 ‘정제 과정’을 스토리로 설명해 준 덕분에
실제로 한 번 데이터를 뽑아서
정제 → 가설 세우기 → 기획에 녹이기
이 흐름을 직접 연습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나는 항상 기획만 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설명하는 방식에 집중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기획자는
단순히 기획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정리하고
목적을 정의하고
질문을 만들고
동료들을 그 질문 속에 참여시키는 사람
이라는 걸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동료에게 더 깊은 질문을 던졌다면,
프로젝트는 지금보다 더 명확하게 흘러갔을까?
내가 데이터 기반 질문을 더 잘 만들었다면
기획서의 밀도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이 계속 떠올랐다.
PART 2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챕터가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일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다음 챕터는 데이터의 구조와 실제 작업 방식으로 넘어간다.
이제야 조금 ‘데이터 기반 기획자’라는 말이
나에게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더 많은 질문을 남기는 책,
다음 주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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