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에게는 아마 처음쓰는 편지같아. 사실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어.
넌 아직 여전히 어리고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이만 먹고 있는 것 같아.
나이에 맞게 살라고 하고 싶지만, 솔직한 내 심정은 니가 훌쩍 커버리거나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안의 순수함이나 아름다움이 굳이 나이를 먹었다고 거기에 맞춰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어쩌면 그게 더 힘든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어린 마음을 지키고 살아간다는 것이.
가끔 널 생각할 때 어린 시절 너무 일찍 커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해봐. 어린아이였을 때 어린아이답지 않은 너를 볼 때 참 많이 안타깝고 아쉬워. 아마도 그 땐 그래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사실 나이에 맞게 산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 어릴 땐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이 되면 어린시절이나 학창시절이 그리운 걸보면 말이야. 그건 아마도 그 때 당시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겠지.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일이 점점 많아지는 느낌이야.
사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 어떤 사람은 간절히 원해도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해나가면 그 시간들이 쌓여서 결국엔 좋은 결실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사실 그동안 난 너를 그렇게까지 많이 응원하지는 못했었던 것 같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이제야 그 때 왜 그렇게 모른 척 했는지 모르겠어. 분명 힘들었을텐데.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럼에도 난 네가 잘 이겨내길 바랬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돌이켜보면 너를 많이 응원하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게 니가 잘되길 바랬어. 단지 지금은 그 잘된다는 것에 대한 기준이 달라졌을 뿐이야. 기준은 달라졌지만 내가 너에게 바랬던 모습은 비슷한 것 같아. 아마도 마음가짐만 달라져도 진작 더 좋은 모습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해.
그래도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그 열심이 그래도 지금까지 올 수 있는 힘 아니었을까 생각해. 너에게 있는 그 장점을 잃지 않길 바래. 너에게 다른 재주도 많이 있어. 그동안 넌 스스로에게 잘 못한다고 말해왔겠지만, 그건 더이상 겸손이 아니야. 지금보다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어. 그리고 그 자신감이 너의 태도와 말투에서도 보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이제서야 너에게 이런 얘기해줘서 미안해. 나도 이렇게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었어. 앞으로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보도록 할께. 그럼 다음 편지 때까지 잘지내고, 니가 생각하는 일들 모두 다 잘 해내가길 기도할께. 다음에 보자. 안녕~
2023. 2. 4.(토)
내가 나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p.s : 지금 먹는 코코아 맛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