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효숙 Sep 07. 2024

‘순간을 담고 인생을 담는 추억’

 부제 : 21세기에 만학 이야기를 전하는 20세기 샐러던트 


11. 엄마의 울 부림, 가슴앓이 

    

 삶의 멍에를 내려놓고 사는 동안 죽음을 늘 삶 가까이에서 서성인다. 고단한 삶을 놓아버리고 싶게도 하지만 그것이 있기에 긴장하며 더 열심히 살게 된다. 죽음이라는 것 안에는 두려움과 진노, 공포뿐 아니라 환희, 안식, 평화 등 많은 감정이 숨어있다.   

   

 억겁의 세월 끝에 만들어진 종유석은 인고의 상징이다. 어두운 석회동굴의 천장에 매달려 있던 그 종유석은 한 방울의 물에서부터 시작한다. 화려한 색채나 모양도 없는, 그냥 물방울 그림이 뭇사람의 사랑을 받는 건 순수한 열정과 집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머니란 존재는 소리 내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는 끌림이 있다. 속으로 절규하듯 부르다 급기야 눈물이 됐을 아련함의 대상, 그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름이다. 나는 그의 물, 방울에서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다. 

    

엄마가 생각나서 찾아오면  "엄마 나 왔어, 잘 있었어, 아버지도 반기시면서 고맙다  복 많이 받아라 하신다. 날마다 동생들과 번갈아 가면서 음식을 해오고 하루에 3시간, 저녁까지 있었던 그 행복함과 즐거움, 갈비탕에 고기를 잘게 썰어서 드리고, 계란말이, 막강, 불고기, 김, 여러 가지를 교대로 해 드린다. 특히 검정콩 두유는 하루에 5개에서 7개씩 드시고 빵과 과자, 요구르트, 커피는 두 분이 한 달에 280개 정도 드신다.  

   

부모님은 육 남매를 키우시면서 매우 긍정적이고 낙천주의다. 아버지 연세는 99세, 엄마는 96세이시다. 우리도 부모님을 닮아 비교적 낙천주의에 가깝다. 식사할 때는 T.V에 나오는 가요무대 노래를 틀어놓고 식사를 하신다. 때로는 막걸리나 소주 한잔을 드리면 더욱 즐거워하신다 ” 엄마 잘 있어요. 또 올게요 하면, 엄마는 자고 가라 “. 하신다.  잡는 손 뿌리치고 한걸음에 나오면 밖에 나와 모퉁이에서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드신다.     

부모님의 하루는 길고 부모님의 삶은 짧다. 평생 함께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침상에 누워 있고, 떨어질까? 발이 묶인 채 누워 계신다. 코에는 호수로 식사를 대신하고 오른손 침대에 묶어놓는다. (호수를 잡아당길까 봐)

엄마는 침해로 인해 여러 번 밖에 나가시기 때문에  요양원에 갔다. 엄마는 자존심이 매우 강하시다. 처음엔 적응을 못 해, ” 밤만 되면 문 앞에서 여보시오, 문 좀 열어 주세요. 문 안 열어 주면 너희들 우리 남편이 잡아간다 “. 저녁에 안 주무시고 소리 지르신다. 엄마의 울 부림과 가슴앓이, 너무나 마음이 괴롭고 아프다.


아버지는 찾아뵐 때마다 반기시며 고맙다고 한다.  엄마의 가슴팍은 여전히 포근하다. 만날 때마다 우리 집에 가자고 한다.      

홀로 서성이는 기다림 속에 어머니의 애달픈 마음, 그리움 담아 같이 모시지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 헤어질 때마다 엄마의 모습에는 웃음이 머문다.  

    

어쩌다 부모님 계신 곳을 지나칠 때면 가슴이 휑하다. 금방이라도 손짓하며 환한 모습으로 손짓하고 있는 것 같다. 그토록 당당했던 부모님이 한순간에 쓰러지셨다.


부모님의 계셨던 흔적, 그 모습이 보이는 듯 엄마의 음성이 내 가슴을 찢어 놓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