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경희 Oct 25. 2024

고통 앞에 섰을 때...

  나는 가끔 고통 앞에 내 자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지금은 나 자신을 보듬고 돌볼 줄 알기에 나의 부정적인 감정에 깊이 함몰되지는 않으나 뿌리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의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조절되고 약화될 뿐이다. 나는 비난과 책망에 무척 쉽게 무너진다. 어린 시절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항상 화가 많으신 부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함께 살았던 아빠 쪽 형제들, 그리고 나를 보호해주지 않았던 엄마. 어린 시절 방임과 언어폭력의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상담 치료를 받고 상담을 하면서도, 아직도 살아서 꿈틀댄다. 이전에는 나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고 못난 사람이고 쓸모없는 사람이고 부족한 것만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가끔 너무 고통스러워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정적인 온갖 말로 나를 책망하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나 빼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 나 자신이 초라해질 때, 나만 힘들게 사는 것 같고 나만 불행하고 다른 사람들은 너무 승승장구하고 잘나 보여 미칠 것 같을 때가 가끔 있었다. 나의 기본적인 정서는 우울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돌보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덕분에 나는 많이 치유되었고 회복되었으며 보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는 ACT(수용전념치료) 이론에 근거한 책을 읽다가 고통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이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고 또 읽다 보면 고통이라는 실체가 사실은 실체가 없는 존재로 느껴지며 나를 객관화하고 부정적 감정에서 함몰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심리적 고통은 정상이고 중요하며 모든 사람들이 지니고 있다.

심리적 고통의 증폭을 인위적으로 피하기 위한 단계를 밟을 수는 있어도 이를 의도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

고통과 괴로움은 두 개의 다른 상태다.

자신을 괴로움과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은 괴로움을 겪지 않기 위한 하나의 단계다.(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당신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을 살 수 있으며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고통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만 다르게 볼 때 고통이 나를 지배하지 않고 고통과 함께 살 수 있으며 괴롭지 않다는 것이다. 고통을 바라보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보다 평온하게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거다. (그 방법들은 몇 가지가 있는데 다음에 소개하겠다.)


 먼저 내 마음이 어떠한 일로 고통스럽거나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위에 정리한 개념들을 소리 내어 3번 이상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나 자신도 도움이 되었으며 상담현장에 고통의 실체를 공감하고 함께 그 감정에 머물러주고 이야기해 줄 때 고통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나는 보곤 한다.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에서 고통을 모래 늪으로 비유해서 설명한 부분 있다. 정글이나 미지의 숲을 탐험하는 인디아니 존스처럼 모래 늪에 빠지면 많은 사람들은 빨리 빠져나오려고 발을 들어 올리고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몸은 더 빨리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빠져서 죽게 된다. 즉 고통 속에 함몰되어 나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두 팔을 양쪽을 벌려 뒤로 눕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체 접촉을 최대한 넓히게 되면 빠져드는 것이 멈추고 도움을 받아 나올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늪에 빠진 사람을 끈이나 기다란 도구를 이용해 빼줄 때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거다. 스스로 움직여서 나오지는 못한다. 단지 빠져 죽지 않는다는 것이며 고통과 같은 모래 늪에 있어도 평온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비유다. 문제는 심각한 정서적, 심리적 아픔이 있다면 그건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 반드시 숙련된 상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빠져나올 수 있다. 마치 가벼운 몸살감기나 초기 감기 증상은 비상약 한알이나 따뜻한 곳에서 편안히 쉬면 낫지만 독감은 의사의 처방과 치료가 필요한 것과 같다.

 깊은 상처와 아픔은 독감처럼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아픔에서 일어나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고통스러운 내 마음에서 빠져나와 나란 존재로 오롯이 살아가는 누군가를 마음으로 응원하며.....

작가의 이전글 고양이를 사랑한 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