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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Jun 15. 2024

동네 친구들

우리 아들은 요즘 학교, 학원의 일과가 끝나면 무조건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또래들 그룹이 있는데 이 아이들이 매일 나와 있으니 나가는 거다.

작년까지는 먼 동네 친구들하고 친해서 원정을 다녔었다.

내가 픽업을 해 줘야 해서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러다 올해 3, 4학년 남자아이들 몇몇이 우리 아파트 앞에서 어울려 노는 것을 발견했다.

축구공과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아들과 같이 나갔다.

두 명은 아들과 얼굴만 아는 친구들이었고 나머지는 같은 학교 동생들이었다.

그 아이들이 모두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6살 때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다가 7살 즈음에 바퀴를 떼고 태웠었다.

제법 두 발에 익숙해질 무렵 자전거가 너무 작아져서 큰 걸로 교체해 줘야지 하다가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사 온 곳이 옛날식 아파트라 1층에 주차장이 있고 차들이 통행하는 곳이라 자전거 탈 곳이 마땅치가 않아 사주지 않았었다.


아이들은 모두 큰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친구에게 잠깐만 빌려 줄 수 있냐고 해서 아들을 태워 봤더니 자전거가 커서인지 겁을 내고 잘 타지 못했다.

안 되겠다 싶어 자전거 대리점으로 가서 그날로 자전거를 샀다.

아들이 커서 성인용으로 타야 한다 해서 성인용으로 샀다.

내가 두어 번 데리고 나가 잡아주면서 타게 했는데 금방 잘 타게 되었다.

그 후로 아들은 밖에서 아이들 소리가 나면 자전거를 끌고 나가서 놀다 들어왔다.

우리 집이 3층이라 베란다에서 보면 아이들이 노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거나 공놀이를 하거나 현관 평상에 앉아서 게임을 하거나 했다.

그러다가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 먹기도 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주말엔 아침부터 밖으로 나왔다.

자고 있으면 밖에서 아들을 부르는 소리가 난다.

그러면 아들은 또 벌떡 일어나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동네가 시끄러우니까 부르지 말고 전화를 하라고 일러 주라고 했다.

여하튼 아들이 동네 또래 그룹에 들어가니까 내가 세상 편해졌다.

아침에 나가 점심을 먹을 때 들어왔다가 점심을 먹고 나가 놀다가 저녁 먹으러 들어온다.


지난주 금요일, 토요일에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3학년 동생이 계속 전화를 해서는 언제 오냐고 물었다.

토요일 저녁에 도착할 거라고 했는데 알았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이 밀려서 저녁을 먹고 8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와 불을 켰는데, 불을 켜자마자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이 나가서 9시까지 놀다가 들어왔다.

남자아이들이라 때론 욕도 하고 거칠게 놀기도 하지만 아들도 이제 고학년이다 보니 그런 것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모나지 않게 잘 어울리고 있다.

지들끼리 다른 친구 뒷담도 까고 여자 아이들 얘기도 하면서 노나보다.

아들이 집에 와서 누가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했다 하는 걸 들으면서 요즘 아이들의 세계는 우리 때와는  너무나 다른 걸 실감하고 있다.

나는 아들이 친구들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이 너무 기쁘다.

아들이 사회적 의사소통에 취약하고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만 관심을 쓰기에 리액션도 느리고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게 쉽지 않다.

해서 친구들이 답답하게 느낄 수가 있는데 그래도 남자아이들은 민감성이 덜 하기에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 아들도 여러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있게 되면서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니까 점점 더 잘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

나로선 너무나 반갑고 기특한 일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 아들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니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오전,

아들은 밥을 먹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그러면서 나에겐 공휴일 오전의 달콤한 휴식 시간이 선물되었다.


커피를 내려 아이스크림을 넣어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행복은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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