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드레 Nov 03. 2024

가을 연가

금요일에 남편, 아들과 남이섬을 다녀왔다.

가 버리려는 가을의 뒷덜미라도 움켜 잡아보고 싶어 급하게 결정한 여행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화창했던 전날의 날씨와 다르게 비가 올 듯한 날씨였다.

비만 안 오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출발을 했다.


진짜 오랜만에 가는 남이섬이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단체 관광객이 많았고, 가족 단위 여행객들도 제법 있었다.

흐린 날씨에도 우리처럼 가을을 담으려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커다란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니 섬 안엔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평일임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주말엔 정말 발 디딜 틈도 없을 것 같았다.


남이섬은 많이 변해 있었다.

섬 안으로 집라인을 타고 들어 올 수 있는 코스도 생겼고, 섬을 돌아볼 수 있게 운행하는 기차도 있었다.

오리배도 탈 수 있었고,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전거, 전동 스쿠터, 하늘 위로 가는 하는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도 있었다.

중앙길을 따라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와 있었다.

완전히 상업적으로 변해 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메타세쿼이아 길은 여전히 참 멋지고 아름다웠다.


길을 걷다가 아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파스타를 사 먹었다.

그러고 나서 자전거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이 많은 길을 피해 가장 바깥쪽 호숫가 길을 따라 달렸다.


가을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음식점, 카페가 밀집해 있는 곳을 벗어나니

가을이 그대로 조용히 깊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 한참을 숲 길에 앉아 있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와 있었다.

특히 외국인이 많았는데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인, 동남아시아, 히잡을 쓴 이슬람 계통의 사람들이 많았다.

각자 자신들의 언어로 떠들며 연신 사진을 찍으며 바쁘게 돌아다녔다.

'겨울연가'가 쏘아 올린 공이 수많은 일본 관광객을 남이섬으로 불러들였다가 사그라든 지 오래됐는데,

K문화의 열풍에 뒤늦게 합류하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아직도 남이섬이 인기 있는 관광지인가 보다.

우리는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많지 않은 곳 위주로 돌아다녔다.



타조를 키우는 곳이 있어서 구경하러 갔더니 녀석이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짜식 사람 볼 줄 아네!

사진빨이 엄청 잘 받는 놈이었다.




은행나무 길도 지나고, 단풍이 든 호수 산책길도 지났다.

어디든 아름다웠고 예뻤다.

비가 올 듯했는데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 산책하기엔 더없이 좋았다.



산책하다가 청설모도 보고, 다람쥐도 마주쳤다.

날쌔게 나무 위로 올라가는 녀석을 카메라에 담았다.

산책을 마치고 한적한 벤치에 앉아 쉬다가 4시가 되어 배를 타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방문한 남이섬에서 자연을 맘껏 즐겼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이 금방이라도 "안녕!"하고 떠나 버릴 것 같다.

조금만 더 같이 있다가 떠났으면 좋겠다.

천천히 가 주렴! 가을아~



작가의 이전글 가을 방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