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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Feb 22. 2024

첫사랑은 원래 아픈 거죠?

어제 아들과 치과에 가서 아들의 유치 중 하나인 송곳니를 뽑고 왔다.

계속 흔들리던 거였는데 방학이 가기 전에 뽑아 버린 것이다.

이를 뽑고 나온 아들이 솜을 물고 나와선,

"뽑을 때 쪼금 아팠어. 그래도 잘 참아냈어!"

라기에 엄청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집으로 오면서 이빨을 뽑는 건 어른한테도 무서운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엄마도 어렸을 때 이빨을 뽑아야 할 때마다 무서워서 울었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그래서 세경이도 울었나 보다."

"세경이? 신세경?"

"응, 지뚫킥에서."

"아, 그랬었구나. 하이킥에서 세경이도 울었었지."

아들이 유튜브로 '지붕 뚫고 하이킥'을 가끔씩 보고 있다.

나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 당시 엄청 인기가 있었던 시트콤이었다.

아들이 얘기한 에피는 내가 너무나 인상 깊게 보았었던 회차였다.

그 '사랑니' 에피는 하이킥 전편 중에서 가장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빚쟁이들을 피해 깊은 산골에서 아버지와 여동생과 숨어 살던 세경은 빚쟁이들이 들이닥치는 람에 동생과 서울로 도망쳐 나오게 된다.

오갈 데 없는 처지였다가 이순재 할아버지의 집에서 집안일을 해 주는 입주 가정부가 되어 함께 살게 되면서 그 가족들과 얽히는 이야기가 '지뚫킥'의 주된 스토리이다.

그곳에서 가사를 도맡아 하다가 순재 할배의 아들인 지훈을 만나게 되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 지훈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세경은 이가 아파 고통을 느끼게 되고 이를 본 의사인 지훈이 세경이의 이를 살피고는

"어?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라면서 놀린다.

사랑니가 나기 시작했다며 발치를 해야 한다며 자신의 친구가 운영하는 치과에 세경이를 데리고 간다.

번번이 자신을 챙겨주는 지훈에게 고마움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을 갖고 있던 세경은 지훈의 거듭되는 호의에 설레는 마음을 느낀다.

함께 발치를 하러 가기로 약속한 날,

지훈이 사 준 코트로 멋을 내고 난생처음 화장도 하면서 들뜬 마음으로 지훈을 만나러 간다.

약속장소인 카페로 들어간 세경은 여사친과 함께 있는 지훈을 만나게 된다.

둘은 논문에 대한 토론을 벌이며 전문적인 용어로 끊임없이 대화를 해서 같이 앉아 있는 세경을 투명인간으로 만든다.

지훈을 만날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세경은 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정부인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게 되고, 그동안 지훈이 베풀어준 단순한 호의와 배려를 혼자 착각했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진다.

결국 세경은 여사친과 토론을 벌이는 지훈을 남겨두고 혼자 비를 맞으며 치과로 향한다.

치과 의자에 혼자 누워 '사랑니'를 뽑는 세경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으로 시트콤은 끝이 난다.


이 에피에서 보여준 '사랑니'는 세경이의 첫사랑을 의미하는 소재였다.

어린 나이에 동생을 책임지며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세경에게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다가온 첫사랑이었다.

'사랑니'가 돋아나는 줄도 모르고 집안일에 치여 살던 세경이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자각을 하게 해 준 이도 지훈이었다.

그런 지훈이 보여주는 호의로 인해 세경은 혼자 설레고 혼자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나 그 호의가 '동정'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면서,

혼자만 알게 된 그 '첫사랑'의 감정을 '사랑니'를 뽑아내듯 야무지게 뽑아내보려 하지만 너무나 아파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원래 첫사랑은 아프다.

그렇게 미숙하지만 가장 순수한 감정은 상처받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

그 첫사랑의 감정선을 너무나 잘 살리고 '사랑니'라는 소재와 매치시킨 김병욱 PD의 연출력이 돋보인 회차여서 나는 참 좋아한다.

아들이 그 얘기를 하는 순간 다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지뚫킥은 역시 참 잘 만든 시트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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