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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Feb 26. 2024

바닷가 마을에 내리는 눈

토요일에 친구들과 눈 쌓인 강릉으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폭설이 내려서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고속도로는 제설을 다 하니까 문제없겠다 싶어서 그냥 떠났다.

확실히 강원도로 진입할수록 눈이 엄청나게 쌓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동안 저절로 "렛잇 고~ 렛잇 고~~"

겨울왕국 주제가가 입에 맴돌았다.


시내도 온통 눈세상이었다.

주문진에 도착해서 주문진항에서 회를 먹었다.

소화도 시킬 겸 허난설헌 기념관에 들렀다.

뒤쪽 소나무 숲에도 눈이 많이 쌓여서 아름다웠다.

눈사람도 있어서 같이 사진을 찍고 애비로드를 흉내 내 보기도 하고 점프샷도 찍고 했다.

여자 다섯이서 눈싸움도 신나게 했다.

다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소화가 다 됐다.

안목해변으로 갔다.

카페에 들어가 빵과 커피를 마시면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눈 내린 바다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파도가 높고 거칠어 보였다.

수다를 떨면서 바다를 지켜보았다.

바다는 여전히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겨울 바다는 냉정해 보이고 무섭게 느껴진다.

나는 근데 그 느낌이 좋다.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바다도, 따스한 바다도 좋지만 냉정한 바다도 좋다.

바다가 같은 모습이라면 매력이 없다.

때론 저렇게 차가운 모습을 보여도 나는 바다를 사랑한다.

그런 바다를 바라보다 보면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해가 진다

나는 나만을 생각하느라

다리를 건너다

다리에서 한없이 쉰다


우리가 우리만을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그 이유에 관여하는 것들이 우주의 속살로 썩는다


생각을 앉히고

생각 옆으로 가 앉지만

나는 지렁이


나는 나만을 생각하여서

나에게 던진 질문 따위로 흘러내리고

그러고도 지구를 지구의 손금대로 살게 할 수 없음을 방관하면서

해가 진다

고개를 들 수 없는 땅을

끊어지지 않는 몸으로 기어야 해서

나는 나만 생각하느라

참으로 그래서

해가 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별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는 한사코 나만 생각하는 것이고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나에게로만 가까워지려는 것이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 중에서


그렇게 바다를 보며 끊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해가 질 무렵이었다.

강릉에 왔으니 커피콩빵을 사고,

주문진항으로 가서 건어물도 사 가야지 하면서 일어선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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