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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Apr 12. 2024

벚꽃 필 무렵

주말에 친구들이 내 서식지로 놀러 왔다.

마침 벚꽃이 활짝 개화를 했기에 근처 공원으로 가서 꽃구경을 했다.

올해는 계속 쌀쌀해서 언제 피나 언제 피나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피어올랐다.

참, 신기했다.

친구들과 벚꽃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완전체 4인이 모여서 사진을 찍은 지 너무 오래됐다며 좋아라 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최고다.

벚꽃 아래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활짝 핀 꽃나무 아래에서 중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우리를 보니, 새삼 우리의 청춘은 완전히 지나갔구나를 느껴서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 서글프기도 했다.

그래서 나이 들면 사진 찍기 싫어지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이 가장 젊을 때이니 남겨놔야지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점심을 먹으러 여주로 이동했다.

(먹다 보니, 사진을 안 찍어서 블로그에서 퍼왔음)

여주에 있는 <감성식탁>이라는 퓨전 한정식 집이다.

반찬이 정갈하고 간이 세지 않아서 좋다.

고기류보다는 들깨탕이나 미역국이 특히 맛이 있는 집이다.

아이들하고 가기에도 좋아서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꽤 있었다.

다들 배가 고팠던 지라 잘들 먹었다.

주말엔 웨이팅이 제법 있지만 식사가 금방 나오는 편이라 회전율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카페로 향했다.

(주말엔 만원이라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블로그에서 퍼옴)


<무이숲 카페>이다.

대형 카페이고 꽤 넓은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쪽엔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농장이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야외 공간도 충분해서 아이들이랑 가기에도 너무 좋은 곳이다.

발달 장애인을 후원하는 비영리 재단이 운영하는 곳이기에 아이들이 와서 책도 읽고, 뛰어놀 수도 있게 조성되어 있다.

커피, 음료, 빵을 판매한다.

커피도 맛이 있는 편이고 다양한 빵들도 건강한 느낌을 주는 제품들이 많다.

1,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방감이 있고, 테이블 간격이 넓어서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주말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래도 다른 카페에 비해 답답하단 느낌이 전혀 없었다.

친구들과 커피와 빵을 먹으며 수다를 시작했다.

밥을 그렇게 먹고도 또 빵을 먹으며 "빵 배는 따로 있네~" 한다.

아줌마들은 다 그렇다고 위안을 삼는다.

선거 얘기, 가족 얘기, 운동 얘기, 시시콜콜한 얘기 등.

대화는 끊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얼굴 보면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너무 편안한 마음이 든다.

정확하게는 친구들이 아니고 언니들이다.

내가 대학 졸업하기 전, 학원 강사로 첫 발을 내디뎠던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니 25년 이상을 보아온 사람들이다.

그 마음이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데,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다고 가족의 느낌은 아니다.

그냥 뭐든지 얘기할 수 있고, 뭐든지 나눌 수 있고, 뭐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가장 약한 부분, 가장 아픈 부분을 보여도 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많이 사랑한다고 느낀다.

살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게 큰 축복이라고 여겨진다.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너무 앉아만 있었으니 산책을 하기로 한다.

여주에 왔으니 세종대왕릉에는 올라가 보자고 한다.

릉까지 올라가는 산책로가 걷기에 알맞다.

넷이서 나란히 세종대왕릉으로 향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날,

내 인생의 절정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참 아름다운 계절이고,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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