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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Apr 24. 2024

봄맞이 바비큐 파티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 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시선집, <그대 앞에 봄이 있다>(문학세계사, 2017)



바야흐로 봄이다.

지금이 사계절 중 가장 몸을 움직이기 좋은 계절이고, 놀러 가기 좋은 시기이다.

남편 친구 중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분이 계신데, 친구들 모임을 그분 댁에서 하게 됐다고 했다.

부부 동반이라고 해서 같이 동행을 했다.

남편 친구들은 늦지 않게 결혼들을 해서 아이들이 대학생 이상들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모임에 오지 않는다.

우리만 아들이 동반된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도착해 보니 아름다운 전원에 주택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고, 한쪽에 작은 골프 연습장까지 있는 2층 주택이었다.

먼저 도착한 남편 친구들이 분주하게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하고 의자를 배치하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남편 친구 와이프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야채와 과일을 씻고 있는 중이셔서 도와 드릴 게 없나 했더니 씻은 과일을 밖으로 내 가야 한다고 하셔서 쟁반에 담아 마당으로 옮겼다.

아들은 전원주택에 놀러 온 게 처음이라 신이 났다.

고기를 어디에 굽나 했더니 마당 한가운데 있는 큰 항아리에 굽는 거였다.

항아리 밑으로 양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가운데 불을 피운 숯을 넣고,

항아리 입구에 고기를 매달고 뚜껑을 덮어 서서히 익히는 거였다.


각종 부위들이 저렇게 매달려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바비큐를 위해 곤지암 우시장에 가서 막 잡은 돼지를 부위별로 4킬로 사 왔다고 했다.

아들도 신기해하며 언제 고기가 익냐고 물었다.

불판에서보다는 시간이 훨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걸릴 것 같았다.

뚜껑을 덮어 놓고 고기가 익는 동안 간단히 과일을 먹고 준비해 온 떡도 조금 먹었다.

아들과 나는 동네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근처에 경로당이 있고 그 옆에 잔디가 깔린 놀이터와 운동 기구가 있었다.

농구 골대까지 있어서 둘이서 농구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놀았다.

동네가 아늑하고 정겨웠다.

작은 개울도 흐르고 있어서 고기가 있나 구경하기도 했다.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이런 곳에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가 익었다.

항아리에 구운 고기는 별미였다.

고기가 하나도 타지 않고 기름이 쫙 빠져서 담백하고 고소했다.

솔잎을 따서 불 위에 놓아 솔향도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고리에서 빼서 잘라 놓기가 무섭게 없어졌다.

아들도 폭풍 흡입을 했다.

화창한 봄날, 야외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오죽 좋겠는가.

등갈비는 뼈를 들고 쪽쪽 발라 먹었다.

열 명 이상의 사람들이 한참을 먹는 데만 집중했다.

모두가 즐거웠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아들과 나는 실컷 배를 채우고 놀이터에 가서 축구를 했다.

어느덧 저녁이 되고 있었다.

다음 달엔 소고기와 양념갈비도 매달아 보자며 웃으며 헤어졌다.

그 항아리 참 보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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