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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자 Sep 12. 2023

내 어깨가 물렁물렁한 이유

함께 방송에 출연하던 개그맨 선배와 대기실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뭉친 어깨를 풀어주는 기가 막힌 마사지법을 알게 됐다며 주변 스텝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 주던 그는 내 어깨를 만진 뒤 의외라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야~ 물렁물렁하네. 방송하는 놈 중에 이렇게 어깨가 말랑한 놈은 첨 본다”고 말했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너도나도 내 어깨를 주물러보며 신기해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 인간들이 근육이라곤 없는 내 물렁살을 놀리는거야’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내 부러워하는 그들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깨가 뭉친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고 어깨가 물렁거린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거나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선천적으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체질이냐“ “좋겠다” “부럽다”라며 부러워했지만 현대사회를 사는 도시인이 어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 분명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만 그 스트레스의 지속시간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 내 신조중에 하나인데 그 스트레스 지속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내가 최고로 치는 것이 바로 잠이다.  


낮이고 밤이고 잘 자고 일어났을 때의 개운함만큼 만족스런 순간이 있을까. 새벽에 일어나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하루 일과중 낮잠은 거의 필수가 되어버렸다. 공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스튜디오의 소파가 될 때도 있고 이동이 많은 날은 주차장에 세워 놓은 자동차 안에서도 금세 꿈나라의 입국심사를 통과해버린다.


수면욕이 생겨날 때쯤 그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단 두통에 시달리고 집중력도 떨어져 뭔 일을 하든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낮잠도 자꾸 자다보니 기술이 생기는 것인지 잠든 뒤 눈을 뜨면 대략 30분이 지나 있다.


생각이 많거나 머릿속이 복잡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건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며 선택일수도 있는데 난 잠을 못 자는 것보다 잘 자는 것을 훨씬 그야말로 훨씬 좋아한다. 그러니 잠을 못잘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손해니까 말이다.


스트레스가 생길 상황에 쳐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풀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일단 나는 잔다. 잠들기 전에 그 상황들이 떠오르면 “에이 될대로 되라지 뭐”라는 말을 툭 내뱉어 버린다. 그리고는 배게에 머리를 최대한 깊이 파묻어 버린다. 그리곤 곧 쿨쿨...


무뎌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없진 않았지만 이 또한 생각을 바꿨다.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잘 피하는 것이라고. 비수를 들고 나의 급소를 향해 달려드는데 무언가에 대해 맞서 싸우려다보면 상처를 입고 자칫 급소를 공격당해 위험해 질 수 있다. 그럴때 슬쩍 오른 발 왼 발을 교차로 옆으로 뒤로 원을 그리며 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여유있고 평화로운가. - 농구의 피벗 플레이처럼 움직여도 좋겠다. - 무림의 고수가 된 것 같지 않은가. 무뎌져서 부족해 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철이 들고 어른이 되어 지혜로워지는 것이라는 생각. 그 생각이 나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해준다.


물론 스트레스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정면으로 부딪혀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분들의 노력을 존중한다. 그래도 제안은 한 번 해보는 셈이다.


스트레스 받고 있는 그대여. 생각해보라. 지금 그 스트레스, 골머리를 앓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인가.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해결하라. 최대한 빨리. 그게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잠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라. 아차, 양치하는 것은 잊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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