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선면 May 06. 2024

이게 끝이 아니라니

이李씨(이하 이): 2024년 5월 6일 대체 공휴일을 헌납한 소설.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달려왔는데, 역시 작가는 계획이 있었던 거였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아주 몰랐던 건 아니고!


책을 읽을 때, 뒤표지의 내용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속편이 소개되어 있었어. 속편까지 읽고 싶어질까 했는데, 마지막 380페이지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는 거야.


점선면(이하 점):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검색이라는 편리한 방법이 있지 않나? 속편의 제목이 뭐지?


: The Lord of Opium. 제목만 보면 어딘가 사악한 기운이 느껴진단 말이지. 하지만, 주인공인 매트 Matt가 얼마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넘겨서 마침내 황제가 되었는지 전 前편을 읽어본 입장에서는 그가 어떻게 할지 무척 궁금해질 수밖에.


소설은 매트의 탄생부터 14살이 될 때까지 벌어진 일들로 소년의 모험 성장기이자,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야.


특이점, 매트는 태어나지 않았다, 그는 수확되어었다는 뒤표지에 수록된 인용문장이 뜻하는 바, 그는 클론, 즉 복제인간이야.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회에서 복제인간은 가축으로 취급되고, 배아기 때 이미 지능은 파괴되도록 했는데, 매트는 온전한 지능이 보존되도록 법을 초월하여 보호받았지.


: 복제인간이라니! 일반적인 소년들의 성장모험기와도 다른 점이 있겠군.


:주인공 매트가 겪는 시련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세 가지 점을 말하고 싶어.


첫 번째. 그의 정체성.

그는 자신이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다'라는 지위를 갑작스럽게, 혐오와 증오의 반응과 함께 알게 되었어. 그 곁에는 그를 멸시하는 다수의 무리와, 그를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매트는 이런 사람들의 엇갈린 반응에 혼란스러워해. 대부분은 경멸과 폄하, 조롱, 부당한 처사를 행했지만 그의 원조 (오리지널)가 되는 막강한 권력의 존재 엘 패트론 El Patron은 그를 사랑한다고 믿었어. 그래서 그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에게 사랑받는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게 드러나고 말지.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엘 패트론의 제국으로부터 도망쳐야 했어.  


두 번째, 소년노동착취 조직.

자유를 위한 탈주의 여정에서 구사일생으로 국경을 넘는 데 성공하지만, 그는 고아들을 모아 집단생활, 집단노동을 시키는 고아원에 붙들려가. 거기의 간수들은 어린 소년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교화 의식을 치르는데, 매트는 여기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간수들의 말과 행동에 반기를 들지. 그것이 자초한 처벌은 그를 괴롭게도 했지만, 또래들로부터 수용되는 경험을 하게 해 줘. 그리고 탈주의 동지들을 얻게 되지.


세 번째, 선의의 사람들.

그의 성장기에 그를 괴롭혀온 복제인간이라는 꼬리표. 난민고아이기 때문에 집단시설에서 노동착취 당하는 부당한 현실. 마침내 탈주. 이 과정에서 매트는 많은 적의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도움의 손길을 받아 성장하고, 자신을 지키고, 힘을 내어 고된 여정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어. 책의 마지막에 매트가 자신의 옆을 지켜줄 사람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앞으로 나가오는 생의 도전을 마주할 각오를 하거든.


: 복제인간이나, 아동노동착취 같은 것은 무척 무거운 주제인데, 소설이 너무 무겁고 음산한 거 아니야?


: 점 씨가 말한 것에 덧붙여 더 놀라운 사실 하나. 작가의 노트를 읽고서 이 소설에서 매트가 들었던, 경험했던 잔학한 일들은 지금 이 지구상에서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어.


작가는 노트에 자신이 직접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가다가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해준 얘기를 적었거든. 돈을 받아 가이드를 해주는 이가 국경수비대의 추격을 받자 일행을 남겨두고 그냥 도망가 버린 거지. 사람들은 붙잡히지 않으려고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와중에 사막에 고립되어 혼자 죽어가던 사람을 발견해서 마을로 데려왔다고 해.

그가 방문한 지역은 통행허가를 미리 받아야 하는 곳이며,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곳이기도 해서, 무척 위험한 곳이었어.


작가는 복제인간을 사용하면서까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인간의 탐욕도 보여주지만, 생명연장뿐 아니라, 멈추지 않는 권력욕과 지배욕이 얼마나 추하고 위험한 지도 말해.


무거운 주제들이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의 빠른 전개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


무엇보다도 주인공 매트가 탈주 중에 자신의 원조인 엘 패트론의 강렬한 의지_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_를 체화하면서 혼자서 절벽을 올라서는 장면이 제일 좋았어.

그리하여 광활한 하늘과 아래로 펼쳐진 땅을 바라보며, 자신의 성취에 감동하는 장면. 소설의 중반부쯤.


적다 보니, 나는 이야기든, 영화든 주인공이 광야를 홀로 걸어가면서 각성하는 장면을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군.


: 주인공이 14살이 되기까지 겪어온 시련이 참 많아 보이는군. 또래의 청소년들이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의 투쟁에 뭔가 자극을 받을 것 같기도 하네.


: 주인공 매트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더 명민하게 사회를 보고, 사람들을 살피는 눈이 생길 것 같아. 자신을 지키고, 조직에서 리더가 되는 덕목이 뭣인지도 배울 수 있어. 매트는 사악한 인간의 복제인간이지만, 그는 다른 길을 선택할 거라 믿어.

 


이번 책은 'The House of the Scorpion'입니다. 우리말 번역서 제목은 '전갈의 아이'입니다.

묵직한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지만 빨려들 듯이 흥미진진합니다. 소년이 주인공이고, 사건전개가 빨라서 책 읽기 좋아하지 않는 십 대 소년들에게 추천할만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따뜻한 수채화 같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