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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06. 2024

비 개인 올레길

2024년 3월 6일

비가 멈춘 아침이다.

맑고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뒤편 새로 단장한 사메기길을 지나서 올레 17코스 도평구간으로 사라교까지 걸었다.   


비를 머금은 모든 산천초목들이 이쁘고 생기가 돋고, 활기차다.

올레길이다.

농로에 시멘트 포장을 했다. 1톤 트럭이 아슬아슬하게 다닐 수 있을 정도다.

길옆에는 대부분 과수원이나 밭들이다. 높지 않은 밭담 너머로는 과수원과 밭이 훤히 보인다.

17코스는 광령천을 끼고 있다. 커다란 소나무 숲 사이로 내창의 기암괴석과 절벽을 볼 수 있다.      


올레길을 밭담들의 전시장이다.    

밭담은 있는 위치에 따라 여러 모습이다. 내창이나 바닷가 근처의 밭담에는 몽돌들이 주를 이룬다. 위로 올라 갈수록 제주도 고유의 현무암으로 밭담을 쌓았다. 높이는 단순 경계를 표시하는 낮은 담부터, 어느 정도의 가림막 역할을 하는 사람 눈높이의 밭담까지 다양하다. 밭담을 감싸고 있는 덩굴들은 밭담이 견뎌온 세월의 깊이를 말해준다.


밭이나 과수원에는 가지각색의 창고와 농막들이 남아있다.

처음에는 돌을 이용하여 단순하고 튼튼하게 창고를 지었다. 제주만의 독특한 모습으로 돌창고라 부른다. 지금 남아있는 돌창고들은 다양하게 변신중이다. 외관을 그대로 둔 채로 내부만 리모델링해서 카페 등 다양한 상업용 공간으로 탈바꿈중이다.

 

돌만으로 큼지막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벽돌(블록)이 나오고서는 대신에 벽돌로 창고를 만들었다. 작업의 용이성으로 창고 겸 관리사를 만들어서 사람이 거주하기도 했었다. 70~80년대 감귤의 주산지였던 서귀포에는 이 관리사에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대부분 3m*6m의 컨테이너를 주로 사용한다. 창고용으로 주로 사용하지만, 내부를 주거할 수 있게 만들어서 주거용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광령천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 경관이 좋아서 그런지 군데군데 이쁜 집들이 많다. 마치 동화 속 집들이다.

주택지가 아닌 과수원이나 밭에 들어섰다. 외관으로 봐서는 항상 문이 닫혀 있는 별장, 세컨드 하우스 정도로 보이는 곳도 있고, 사람이 오가는 주택, 카페와 같은 상업용 건물과 정체를 모를 곳 도 있다. 올레길을 걷다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화 속 집에 당황하기도 한다. 이주의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산만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이제 사람이 떠나면서 폐가가 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올레길 주변의 한가한 목가적 풍경들이다.  

비 갠 아침이라 대지는 촉촉하게 빗물을 머금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보리와 유채꽃, 수확하다 만 양배추는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종종 방목하는 말들과 담 너머로 탱글탱글하게 달려있는 귤나무도 볼 수 있다.


겨울철이라 앙상하게 남은 나무 끝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새집이 유난히도 크게 보인다.


제주에서는 예전에 사람이 죽으면 밭의 한구석에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곤 우마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담을 둘렀는데 이게 산담이다. 지금도 이런 산소는 여기저기서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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