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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Mar 09. 2024

잡은 물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

2020년 1월 6일 지연되는 비행기 안에서

(*주 : 2020년 1월 6일 지연되는 비행기 안에서 휴대전화 메모장에 써 놓은 글입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게 없는 그때 그 경험을 공유해 봅니다,) 



3시 20분 비행기로 서울로 가야 한다. 

집에서 공항으로 막 출발하려니까 비행기 출발이 3시 45분으로 지연이 된다고 안내 문자가 왔다. 덧붙여서 더 늦을 수도 있다는 말도 있지 않았다.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기왕 준비한 거 그대로 공항으로 갔다. 대합실내 전광판에는 4시 10분으로 지연이 된다고 표시가 돼 있다. 

당초 탑승 예정 시간인 3시 55분이 되니까 비행기가 이제야 도착했다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기내 정리를 하고 4시경에 탑승예정이라고 한다. 탑승구도 바뀌었다. 참 수시로 많이 바뀌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공항이라 그런가 영 정신이 없다. 

신경을 안 쓰고 있다가는 비행기 탑승을 놓칠 것 같다. 이럭저럭 수속을 밟고 시간이 돼서 승객들이 전부 탑승 하니까 4시 27분이다. 그러나 아직도 출발 전이다. 비행기는 당초 출발 예정 시간인 3시 20분에서 1시간 이상이 지연되고 있다. 탑승했으니 어찌할 수가 없다. 기다려야 한다. 비행기는 아직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다. 가끔 기내에서 안내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결편 문제라고 한다.      


요새 항공사는 모두 시간대별로 요금이 차이가 나는 얼리버드 요금제를 적용한다. 

날짜와 요일, 시간대에 따라서 차등 요금을 적용하기에 딱히 정한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금을 보고 저렴한 일자와 시간대에 맞추어서 예약하게 된다. 오늘같이 항공사에서 당초 예정된 시간이 아니고 비행기가 연결된 시간에 맞춰서 출발을 해야 한다면 뭐 하러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얼리버드 요금제를 운용하는 것일까?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든다.      


처음부터 그 시간대에 티켓팅했으면 요금이 더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다.

높은 요금일 경우는 항공사에서 더 받지 않으면 되지만, 낮을 경우에도 요금 차액을 반환 해주지도 않는다. 그냥 샘샘이라는 얘기다.



멍하니 기다리고 있자니 몇 마디 안내방송 하고 4시 30분이 되자 비행기가 움직인다. 1시간 10분 지연이다. 그래도 출발이다. 


비행기는 사전 수속을 안내한 시간에서 1분만 늦어도 좌석 발권을 안 해준다. 보통 출발시간 20분전까지 수속하기를 안내 했다면 출발시간 19분에 오더라도 좌석 발권이 안 된다는 얘기다. 

나도 직장을 다닐 때 출장을 가는데 1분 늦었다고 탑승을 거절당한 경우가 있다. 당시 부장님과 동행하는 출장이라 엄청나게 당황했던 적이 있다. 불현듯 그때 그 상황이 떠오른다. 


제주인들에게 항공기 이용은 생활 그 자체다. 

굳이 비교하자면 대중교통이고 시내버스와도 같다는 얘기다. 항공편 이용을 못 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될수도 있다. 그 시간대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그 전후로 여타의 일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일정은 시간을 다투기도 하고, 그 시간이 아니면 안 되는 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항공사는 자의적으로 그 일정을 지연시키기는 하는데 그에 대한 보상과 위자료는 없다. 쉬운 말로 완전 배짱 장사다. 초 갑질이다. 


물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늦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이해할 수 있는 수준 가령 10~20분 정도여야 한다. 그래도 항공사는 천지지변이 아닌 한 고객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은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손해가 있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배상도 해주어야 한다. 항공사가 요금을 산정할 때는 그런 모든 것들을 가격 결정요인에 포함해서 산정하지 않는가? 좀 상식이 통하고 합리적인 생각이 통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기업들의 서비스는 예전에 비해서 아주 좋아지고 다양해졌다. 고객을 중시하는 경향도 많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기업이 있음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는 돈벌이하는 장사치로만 취급받는 경향이 있다. 


제주를 찾았던 많은 사람이 제주의 관문에서 이런 서비스를 받고 돌아서면서 마지막으로 갖는 제주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제주의 이미지는 제주인이 아닌 제주 때문에 돈을 벌고 먹고사는 사람들이 어지럽히고 있다. 

과연 제주의 주인은 누구인가?          



겨우 움직여서 활주로로 가던 비행기는 활주로 혼잡으로 이륙 허가를 받지 못했다. 다시 기다려야 한다. 

12번째 순번으로 25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기내방송을 한다. 

아직도 51분째 대기 중이다. 

    

늦은 오후와 저녁 일정이 모두 망가져 버렸다.

항공사 측에서 볼 때 티케팅을 하고, 좌석을 받고, 보안 수속을 받은 사람은 그물에 잡아둔 물고기다. 

내리는 경우는 없다. 아니 내림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늦게 가든, 불친절하게 하든 할 수 없이 그 비행기에 그대로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항공기가 지연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얘기를 안 해주고 단순히 연결편 문제라고만 하니까, 그러려니 한다. 

연결에 무슨 문제인지는 우리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건 항공사의 내부 문제다. 


비행기는 이륙한다고 기내 방송을 하고 움직인다. 오후 4시 59분이다. 

3시 20분 비행기는 5시가 되서야 고개를 쳐들고 활주로를 나선다. 


돈만을 바라보는 기업가, 아니 장사치의 모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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