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의 흔적을 톺아보며
1. 가족이 나이 들어가는 걸 실감할 때가 있나요?
시간의 흔적이 가장 와닿는 건 아마 엄마 아빠를 볼 때겠지.
작년보다 조금 더 철이 든 큰딸은 이제 매주 영상 통화를 한다.
그러다 문득, 대화 중에 기어이 깨닫고 마는 그것
아 아빠가 나이가 참 많이 드셨구나
엄마가 이렇게 주름이 많으셨던가
애써 농담으로 숨겨보고
이제 일 해야 한다며 에둘러 끊어 버린다
메여오는 목에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그리움도 시간의 유한함이라는 무거운 진리도
애써 외면한다. 외면하려 애쓴다.
삶의 크고 작은 순간을
크고 작은 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요즘
영상통화 한 딸이 자랑스러웠는지 은근히 옆의 지인들을 비춰주시던 아빠
숨기지 못한 당신의 그 환한 입가에
심장이 눈물 아래 잠겨 버리는 건
지금 흘러나오는 단조의 재즈 때문일까
깊어가는 가을의 오후 탓일까
2. 연말 아카이브 : #올해의 음악 또는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해 주세요.
나의 일 순위 채널을 최초로 공개한다.
"SoundStills"
채널 주인의 언어보다 더 완벽한 설명을 덧댈 수 없었기에.
아래에 그대로 옮겨 본다
일상 속 비일상의 음악
흐르는 소리와 고요한 공기처럼
감성적이고 편안한 음악을 만듭니다.
3.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돌아가고 싶나요?
기억을 거슬러 초등학생 때
미술 학원에 가기 위해 내달리던 길이 있다.
햇볕이 내려쬐는데 가림막 하나 없던
행여나 준비물을 놓고 온 날이면 그 짧은 다리로
한참을 뛰어야 했던 멀고 긴 길
양 옆에 늘어선 불균형의 빌라들과 각 담장의 나뭇잎들
매미 소리, 아이들의 쉬지 않는 명랑함, 주변 상인들의 이런저런 소음
그리고 또다시 매미 소리가 원 없이 이어지던 길
자라고 다시 마주한 이 길에 충격을 금치 못한 건
그 길이 그렇게도 짧을 수가 없다는 믿기 힘든 사실 때문이었다.
5분도 안 되어 도달할 그 길을
눈높이가 엄마 가슴깨였던 나이엔 한참을 걸렸던
휴대폰이 아닌 공중전화와 동전, 콜렉트콜의 시절.
느림과, 숱한 낭만과, 지금은 빛이 바랜 정이란 게 공존하던 때
그리운 건 아마 그 시절이겠지.
복도식 아파트에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대나무 발을 걷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 우리 집, 우리 모두의 집
동생과 마주 앉아 엄마가 튀겨 주시는 닭고기를 질세라 집어 먹고
옆집에 놀러 가 기어이 생과일주스까지 얻어 마셔야 성에 차던 시절
그 여름의 무해함을 다시 스칠 수 있다면
어린 나와 어린 날의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내 대답은 예스,
어느 날 어느 시라도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