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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원 Oct 17. 2023

타인의 생각을 내맘대로 받아들이는 이유

결국 내가 분노유발자

오늘 아침 운전중 내앞에 가는 차의 뒷유리에 인쇄되어있는 문구를 봤다.

"답답하시면 먼저가세요"아마 초보운전자인듯 했다.그리고 그 옆에 스마일표시도 있었다.

대부분의 초보운전자들이 쓰는 문구는 귀엽고 재밌는 문구가 많아서 나도모르게 미소가 지어질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의 문구는 왠지..보자마자 "뭐야! 건방지게"그런생각이 들었다.

스마일표시가 있음에도 나에게는 마치 "답답하면 먼저 가시등가~~"이런 느낌이었다.

웃음표시는 마치 조롱하는 느낌이었다.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차를 보면서 왠지 기분이 좋지않았다.

그 차가 다른 차선으로 사라지고 나서 나는 천천히 달리며 생각에 잠겼다.

위화감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이는 작고 귀여운 경차에 붙여진 문구를 나는 참 사납게도 받아들였다.

그 운전자는 그런의도가 없었을것이다. 자기가 민폐가 될까봐 오히려 염려한 것일테다.

내가 그렇게 느낀이유는 뭘까?답은 내안에 있다.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않았다. 나는 월요일 아침이되면 기분이 좋지않다.

단지 월요병 때문은 아니다.지난 일주일을 열심히 잘 산거 같지 않은데 또다시 일주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눈만 깜밖였을뿐인데 일주일이 다시 시작되었다.그래서 자책과 채찍,알수없는 찜찜함으로 시작한다.

나는 지금 이글을 쓰기위해 조금 먼길을 운전해서 왔다.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이고 싶을때 나만의 장소를 찾아다닌다.이것이 내가 느끼는 해방감이고 평안을 찾는 방법이다.그런데 최근 그평안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불안해졌고, 그 불안감이 다른 누군가에게 표현되고 있었던듯 하다.

도로위에서는 많은 낯선차들을 만난다. 마치 사회에서 불특정 다수를 만나듯이 그렇게 도로위에서도 사회가 형성된다.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트럭이든, 자가용이든,택시든, 내차 앞으로 무조건 끼어든다.

내가 우습나? 내가 여자운전자라서?운전하면서 한 욕을 따로 모았다면 욕쟁이 할머니 저리가라 일것이다.

내가 할수있는 유일한 대응은 나만듣는곳에서 하는 분노와 욕이 최선이다.

내앞을 끼어들어 가는 차의 뒤꽁무니는 나를 이겨먹었다는 쾌감과 조롱이 함께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지 않을때도 분명있다. 결국 내 심리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끼게 된다는 결론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심리상태가 불안할때는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덧붙여서,한번더 꼬아서,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방어할 도구를 찾는다.

그러다 상대는 아닌밤중에 날벼락을 맞아 황당하게되는 일도 많다.사실 내경우 그러다 멀어진 관계가 많다.

돌이켜보면 상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멋대로 생각하고 오해하고 분노하고, 또 제3자에게 동의를 구하느라 바쁘고,이사람 저사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가다가 결국 사람을 잃게된다.무엇이 두려웠을까?

나에게 나는 특별한존재이고 소중한존재이다.그러나 상대에게까지 그것을 바랄수는 없다.

상대도 그에게는 자신이 더 특별한 존재이기때문이다.어릴적 나는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나는 특별해서 어려움도 없을것이고 뭐든 잘풀릴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 막연함이라는 것이 나이가들고 생각하니 얼마나 허무맹랑한 생각인지 알게되었다.근거도 없고 노력도 없는 생각들은 말그대로 상상일뿐이다.상처받지 않겠다는 생각,그것이 결국 나에게 상처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인생을 살면서 상처받지 않고 살수없다. 상처받지않겠다는 생각이 허무맹랑한 꿈이다.

상처를 받았을때 어떻게 나를 위로해야하는지를 더 고민한다면 내화살을 타인에게 돌릴일은 없을것이다.

내가 상처받지않기 바란다면 상대역시 그럴것이고 내가 소중한존재라면 상대역시 그럴것이다.

이런글을 쓰고나서 돌아갈때 누군가에게 또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그러나 그런 감정을 길게 갖고 있진않을것이다.나역시 누군가에게 분노유발자가 될수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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