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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Jan 05. 2024

요리욕구가 차오를 때

내일의 단호박빵 만들기 계획. 

내일은 엄마 아빠 언니가 골프 가 있는 동안에 

난 혼자서

미역라면을 

또 단호박 빵을 

만들어 먹을 것이다. 

사실 미역라면은 컵라면이라 만든다고 할 수 없지만 

단호박 빵은 만드는 게 맞다. 

으깬 단호박에 달걀노른자 두 개 추가하고 소금 살짝 뿌려 넣은 다음 

섞일 정도로만 주걱으로 혼합하고 전자레인지에 7분. 

인스타그램에서 찾은 레시피다. 

손끝의 신경이 죽어있고 머리앞에 회색구름이 짙게 끼고 정신을 놔주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요리를 하고 싶어진다. 

아마 할 일이 갑자기 없어져서 이런 funk 에 접어든 것 같기도 하다. 

프린스턴에서 생각할 시간도 없는 바쁜 한 학기를 보내고 오니 몸이 적응을 못하는 거다. 엑셀을 신나게 밟던 운전자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때리면 뒷좌석 사람들 몸이 계속 가려고 앞으로 쏠리는 것처럼. 몸은 앞으로 추진력 있게 계속 다음 일, 다음 일 치고 나가려는 습관이 베어있고 실제로는 너무나도 휴식이 취하고 싶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테다. 나는 욕망이란 거름을 너무 많이 먹고 자라서 꿈 열매가 가지들이 감당 못할 정도로 열려 버린 나무이기에. 

요리는,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지만도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끌리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래.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목이 말라서 내일 단호박빵을 만들어볼 계획을 세우는 듯 하다. 내가 정말 다른 이유 없이, 순전히 내 마음 꼴리는 대로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 확신할 수 있는 그런 일.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또 할 수도 없는 일. 하면서도 내가 그저 나, 그냥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일. 

생각은 많고 문장은 꼬부라지니 여기서 멈춰야겠다. 내일 반죽을 치대면 머리의 찌꺼기도 싹 긁어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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