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재즈에서 서드 스트림 재즈로의 확장 그리고 재즈 실내악의 미학.
베토벤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착하게 된 음악감상의 ‘정숙한 감상 매너’는
당시 여러 베토벤의 후원자와 연주회 문화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였다.
그중, 루돌프 대공(Archduke Rudolf)은 베토벤의 중요한 후원자이자 제자로서,
자신의 저택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학구적이고 집중된 분위기 속에서 연주/감상되기를 바란다.
또한, 리히노프스키 공작(Prince Karl Alois Lichnowsky)은
사적 살롱을 통해 다양한 새 작품의 초연을 열었고,
그런 장소들은 점차 진지하게 음악 감상에 집중하는 청중을 모으는 장이 되었다.
이와 함께 당시의 세 가지 시적 변화가
‘음악의 정숙 감상’을 만든 핵심 동력이 되는데,
첫째는
당시, 베토벤의 음악 자체가 그전보다 더 심각하고 심오해지면서
청중들에게 음악감상을 위한 보다 진지하면서도 집중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둘째로는
유료 공공 음악회의 증가는 음악감상 자체를
‘값을 지불하고 집중해야 할 예술’로 인식하게 했다.
거기에 셋째로,
당시의 계몽주의 / 낭만주의의 시대정신은
예술가의 천재성과 작품에 대한 존경과 존중을 강조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지며 음악회에 참석하는 관객의 태도가 점차 바뀌었다.
이러한 유럽 클래식의 감상 태도는 20세기 재즈에도 그 영향을 미쳤다.
MJQ(Modern Jazz Quartet)의 존 루이스(John Lewis)는
재즈를 단순한 여흥을 위한 음악이나 배경음악이 아닌
예술적 감상용 음악으로 자리 잡게 하려 했다.
MJQ는 연주회에서 모든 멤버들이 턱시도를 착용하고 무대에 서게 하였고
공연 시작 전 관객에게는 정숙을 요청했다.
관객의 대화나 소음이 심하면 연주를 중단하고 무대에서 물러섰다가,
소란이 잦아든 뒤에야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존 루이스는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들으러 왔는지,
아니면 그냥 술이나 마시러 왔는지 확실히 하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재즈가 단순한 여흥을 위한 가벼운 음악을 넘어
진지한 예술적 감상용 음악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MJQ의 대표곡 [ Django ](1956)는
MJQ의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감독이었던 존 루이스가 작곡한 작품이다.
그는 평소, 깊이 존경하던 벨기에 출신의 집시 기타리스트인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 1910~1953)가 1953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이 곡을 헌정한다.
곡은 잔잔한 비브라폰 선율로 시작된다.
밀트 잭슨이 연주하는 비브라폰의 영롱한 음색과
존 루이스의 절제된 피아노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장고의 고독한 삶과 천재성을 차분하게 추모한다.
MJQ 특유의 서정적이고 우아한 쿨 재즈 감성이 곡 전체에 담겨 있다.
존 루이스는 이 작품에 대위법적 구성과 클래식적 전개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재즈 발라드 안에서 더욱 정교한 음악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MJQ가 추구한 ‘재즈와 클래식의 조화’라는 방향성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MJQ는 재즈 역사에서 비브라폰(Vibraphone)이라는 악기를
대중적으로 성공시킨 대표적인 재즈 밴드이다.
비브라폰은 1920년대에 처음 등장한 타악기인데.
마림바와 비슷한 형태의 금속 건반 아래에 위치한 전동 팬이 진동을 일으켜
특유의 떨리는 소리(Vibrato)를 만들어 낸다.
이 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맑고 영롱하며 여운이 긴 톤은
MJQ의 쿨하고 실내악적인 사운드를 상징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재즈 비브라폰 연주자인 밀트 잭슨(Milt Jackson, 일명 'Bag')은
비밥의 선구자 중 한 명이었지만,
MJQ에서는 그의 감정적인 연주를 절제하고 비브라폰의 맑은 톤을 극대화한다.
그는 클래식적 구조를 가진 MJQ의 음악에
강렬한 블루스 감성과 즉흥성을 불어넣으면서도
자칫 차가워질 수 있는 사운드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MJQ의 또 다른 상징성은 바로 긴 활동 경력(1950년대 초반 ~ 1990년대)과
활동 기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적은 멤버 교체이다.
정식으로 창단하기 전에 잠시 레이 브라운이 베이스를 맡았다가
1952년 이후로 퍼시 히스가 정식 멤버로 고정되면서 그 후 40년간 자리를 지켰다.
또한 창단 멤버인 드러머 케니 클락에 이어,
1955년 드러머 코니 케이(Connie Kay)로 교체된다.
이후, 존 루이스(피아노), 밀트 잭슨(비브라폰), 퍼시 히스(베이스), 코니 케이(드럼)로 고정된
MJQ의 정규 라인업은
40년 가까이 같은 멤버를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리더인 존 루이스가 음악적 비전을 확고히 제시하고,
멤버 간의 음악적 긴장과 조화를 능숙하게 관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클래식에 애정이 깊은 존 루이스와
블루스를 선호하는 밀트 잭슨의 대비가
오히려 MJQ 음악의 다채로움과 절제된 균형미를
완성해 낸다.
모던 재즈 퀄텟(MJQ)은 1950년대 중반
건서 슐러(Gunther Schuller)가 명명한 서드 스트림(Third Stream) 개념을
재즈 역사에 가장 성공적으로 구체화한 밴드이다.
서드 스트림은
유럽 클래식 음악(퍼스트 스트림)의 엄격한 형식과
미국 재즈(세컨드 스트림)의 즉흥성 및 블루스적 감성을
단순하게 결합한 형태가 아닌,
작곡 단계에서부터 두 요소가 본질적이 유기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지적 예술 형식을 창조하려는 야심 찬 시도였다.
MJQ는 리더이자 피아니스트인 존 루이스(John Lewis)의 확고한 비전 아래,
클래식 작곡 형식을 재즈에 직접 도입하여 MJQ의 음악에 지적인 구조를 부여한다.
존 루이스가 바흐의 스타일을 모방하여
푸가 형식을 재즈에 도입한 초기 곡인 [ Vendome ]은
MJQ의 클래식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서드 스트림 곡이다.
대표곡 [ Vendome ]은 존 루이스가 엄격하게 설계한 복잡한 화성 흐름과
클래식적 구조를 잘 보여주며,
[ Django ] 또한 블루스 감성 위에 클래식적 서정성을 얹어
전설의 장고 라인하르트에게 헌정한 서드스트림의 걸작이다.
MJQ는 비밥의 폭발적인 에너지 대신,
밀트 잭슨의 영롱한 비브라폰, 존 루이스의 절제된 피아노,
그리고 안정적인 배터리의 리듬 섹션이 균형 있게 어우러지는
정교하고 우아한 재즈 실내악(Chamber Music)의 전형을 완성해 낸다.
그리고 이들의 서드 스트림으로 확장된 재즈의 영역은
후대의 모달 재즈와 퓨전 재즈 등
재즈의 지적인 확장과 혁신적인 흐름에 결정적인 영감이 되어줄
조용한 아침 햇살이 된다.
Softly, As In A Morning Sunrise - Modern Jazz Quart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