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 + 빌리 조엘 + 폴 맥카트니 + 조지 마틴 = 벤 폴즈
2025년 / 3월 18일 / 화요일 / 날씨 눈
올해의 마지막 봄눈은
3월 4일이라는 호들갑을 떤 지
며칠이 채 지나지도 않아 밤새 함박눈이 왔단 말이다.
살짝 무안해지는 아침이다.
2013년. 개봉했었던 영화 [ About Time ]
모태솔로 팀은, 성인이 되는 날
아버지로부터 놀라운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대대로 가족들 중 남자들은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 며칠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올해 마지막 봄눈은 3월 18일쯤일 것이라고 적을 것을 )
그리고, 런던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메리에게 첫눈에 반하고
어설픈 고백에서부터 그녀와 함께한
모든 순간순간들을
무한 '되감기' 해가며
더없이 완벽한 사랑을 위해
가문의 능력을 한껏 발휘한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핍진성에 빠져들며
보는 내내 흐뭇한 감동에 흠뻑 젖었던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OST.
두 시간 남짓의 영화를 한 편의 시로 써 내려간 가사
그리고 멜로디와 편곡까지 정말 완벽한 O.S.T. 이다.
나는 한 번에 무언가를 제대로 해내는 일이 거의 없어
사실, 그런 말을 많이 들어왔지
하지만 이제는 알아
내가 겪었던 모든 잘못된 길,
비틀거림과 넘어짐이
결국 나를 네게로 데려왔다는 걸
그리고 그날 이전,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처음으로 네 아름다운 얼굴을 본 그날 말이야
이제 나는 매일 네 얼굴을 바라보며
확신할 수 있어
내가, 내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만약 내가 너보다 50년 먼저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네가 살던 거리의 어느 집에서 말이야
어쩌면 너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을지도 몰라
그때도 널 알아볼 수 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단 한 쌍의 눈동자를 알아보았어
그리고 이제 확신해
내가, 내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나는 널 사랑해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내 옆집에는 90세까지 장수하신 한 노인이 계셨어
그러다 어느 날, 조용히 잠든 채로 세상을 떠나셨지
그리고 그의 아내는 며칠 후 그를 따라갔어
이런 방식으로 말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난 알아, 우리는 함께할 운명이라는 걸
그리고 확신해
내가, 내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Ben Folds!
목수인 아버지가 받지 못한 임금대신 받아 온 피아노는
그가 팝계에 쏘아 올릴 거대한 꿈의 시작이었다.
그의 음악은
엘튼 존의 세련된 피아노 로큰롤과 빌리 조엘의 낭만적인 가사
그리고 폴 맥카트니의 서정적인 멜로디를 잘 버무려
조지 마틴의 팝과 클래식의 혁신적인 편곡을 닮은 그릇 위에 담은
미슐랭 3 스타의 트러플 향 가득한
요리 한접시를 대접받은 기분이다.
1990년대 밴드 < Ben Folds Five >의 활약에 감탄하며
그의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된 계기는
뉴욕의 현악 앙상블 yMusic과 내슈빌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이 만들어낸
그의 음악적 탐구심과 도전정신의 결정체인
2015년 발매된, 앨범 [ So There ]때 부터였다.
앞부분 1번 트랙 [ Capable Of Anything ]에서부터 8번째 트랙 [ I'm Not The Man ] 까지는
6인조 현악 앙상블 yMusic과의 협업하여 만들어 낸
그들만의 현대적인 클래식 편곡법이 도입된
Ben Folds 식 피아노 로큰롤들이다.
플루트, 클라리넷, 트럼펫,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으로 구성된 6인조 앙상블인 yMusic은
기존에도 John Legend, Paul Simon을 비롯하여,
많은 팝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팝과 클래식 편곡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 온 경력을
이 앨범에서 여실히 드러낸다.
또한, 앨범 후반부의 세 트랙(9, 10, 11번)은
[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라 이름 붙여진 곡인데
Ben Folds가 내슈빌 심포니 오케스트라(Nashville Symphony Orchestra)와
협업하여 작곡한 전통 클래식 피아노 협주곡이다.
이 협주곡은 Ben Folds가 클래식 작곡가로서도 진지하게 도전한 작품이며,
기존 팝 아티스트들이 클래식 협주곡을 시도할 때보다
더 정교하고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비평가들로 부터도 메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감히, 그의 최고의 앨범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한동안 앨범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2023년,
오랜만에 그의 스튜디오 솔로 앨범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2023년 발매된 [ What Matter Most ]는
전작인 클래식 협업작보다는 훨씬 더
벤 풀즈 특유의 위트와 흥겨움이 가득한 피아노 로큰롤의 매력에 집중한 앨범으로
여전한 그의 음악적 탐구정신이 새로운 사운드의 시도로 가득 채워진 앨범이다.
오랜만에 기획된 새 앨범 제작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으로 발매는 연기되었고
코로나와 그로 인한 격리된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면들을
이겨내려는 희망과 용기를 담고 싶었던 앨범이라
더 의미 있게 들린다.
뒤늦게 무슨 눈이란 말인가?
패딩, 코트 세탁도 모두 끝내고
옷장 깊숙이 들여놓은 마당에.
오랜만에 벤 폴즈를 뒤져 듣다가
작년 크리스마스 때 발매된 벤 폴즈의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을
뒤늦게 찾게 된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 할라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