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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우 Sep 14. 2023

국민이 등 돌린 경찰?

드라마로 보는 경찰 이야기

통계청이 공개한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법원, 검찰,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법원 47.7%, 검찰 45.1%, 경찰 49.6%였습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내에서도 꼴찌 수준에 불과합니다. OECD가 22년도에 발표한 국가별 공공부문 신뢰도 조사 결과 경찰에 대한 신뢰도 항목에서 한국의 순위는 21개국 중 19번째에 그쳤습니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과 이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형사사법체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형사사법체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저는 이번 글을 통해 형사사법체계 중 민생에 가장 가까운 '경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최근에 공개된 드라마 <형사록 2>에는 경찰 내 사조직 <금정회>가 등장합니다. 경찰 내 사조직에 대한 언급은 과거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국가 기관 사조직으로는 김영삼 정부 때 사라진 <하나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육사 출신들로 이루어진 <하나회>가 문제가 되었던 점은 서로 끌어주기식 인사 처리와 사조직 힘이 막강해 군대 내 시스템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 내 사조직의 경우 본래 생성 목적 자체는 친목 혹은 특정 목적을 위한 모임으로 시작되지만 향후 목적이 변질되어 공공기관 시스템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에 비난을 받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 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조직 결성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드라마는 김택록(이성민) 형사가 경찰 내 사조직 그리고 거대한 권력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다룹니다.  주인공 김택록 형사는 30년 차 베테랑 형사이며 뛰어난 수사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매사가 귀찮고 정의에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진실을 쫒고 강력 범죄 사건을 해결해 왔습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죠.



2014년 영화 <표적> 개봉 당시 한 경찰관이 기고한 칼럼에 의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돈에 미쳐있는 경찰 캐릭터가 경찰에 대한 불신을 잠재적으로 향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영화가 허구의 스토리를 다룬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비리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마주하다 보면 왠지 모를 찜찜한 감정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비리 경찰 이야기가 대중의 불신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미디어에 좋은 경찰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국민이 경찰에 바라는 모습은 김택록 형사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요?

                

지금의 경찰분들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 속 김택록 형사도 30년 베타랑 형사임에도 밤마다 과거 사건들로 인해 고통스러워합니다. 2019년 경찰 PTSD 치료를 위해 설립된 마음동행센터 이용자수 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치료받은 경찰관의 수가 무려 전체 인원의 10%에 달한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믿을 수 있는 경찰의 모습은 사건 해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경찰 세계에 대한 이해가 기반되어야 경찰을 더욱 신뢰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술집에서 겨울 파카를 의도적으로 도난당한 사건을 겪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시간대도 명확했고 술집 CCTV도 확보했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서를 썼지만 당시 도난범을 잡지 못했고 파카 또한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경찰서에서 따로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이 많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런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현실을 알기 위해서는 경찰의 실제적인 삶을 다루는 미디어가 증가해야 합니다. 드라마 <라이브>는 실제 지구대 이야기를 상세하게 다룹니다. 이처럼 경찰이 실제 겪고 있는 상황을 다루는 미디어가 증가해야 경찰을 이해하고 믿을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던 친구도 집안 사정부터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이해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때 잃어버린 파카의 행방이 궁금하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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