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선우 Apr 29. 2024

피라미드 게임과 'KCB 갑질 논란'

부당함을 좌시하지 않는 사회

지난 2월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폭력과 계급사회를 잘 그려냈다. 해당 게임은 학생들을 피라미드 형태로 서열화하는 것을 말한다. 인기투표 형태로 진행되며 상위권인 A등급 학생들은 표를 받지 못한 F등급 학생들에게 암묵적으로 용인된 폭력을 가할 수 있다. 


계급사회를 보여주는 게임과 학교폭력. 두 주제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폭력은 힘·권력 등을 기준으로 강자와 약자를 계급으로 나누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폭력은 학교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직장에서도 계급 사회로 인한 폭력이 일어난다. 지난해 10월 한 언론사 보도로 제기된 'KCB 갑질 논란'이 대표적이다. KCB(코리아크레딧뷰로)는 종합신용평가회사로 개인 신용점수를 평가하는 일을 한다. 당시 제기된 갑질 논란은 KCB 워크숍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기 비판식' 반성문을 직장 선후배 앞에서 발표해야 했고 해당 직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이를 지시한 본부장은 최근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워크숍 논란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점심시간을 1분이라도 넘기면 반성문을 제출하는 일이 회사 내에 빈번했다고 한다. 워크숍 논란을 두고 KCB 측은 하나의 프로그램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인턴 기자로 일했을 당시 노조를 취재하기 위해 KCB 로비를 찾았다. 워크숍 논란 보도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KCB 내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취재차 KCB 본사에 들어서자 노조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고 감시하기 위한 직원들이 즐비했다. 언론 취재를 막기 위해 홍보˙인사팀 직원들이 외부인을 통제했다. 


KCB는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해 사내 공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언론 제보 시 색출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워크숍 프로그램이 보도되자 내부 직원이 외부로 알렸다고 추정하고 소위 '악마'라고 부르며 색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 만연한 피라미드를 부수는 것은 어렵다. '피라미드 게임'에서도 성수지(김지연 분)가 백연그룹 손자 백하린(장다아 분)가 만든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기 위해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협박의 강도가 높아지자 성수지는 게임을 빌미로 이뤄지는 학교폭력의 방관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불합리함을 외면하면 구조적 피해가 누구에게도 갈 수 있음을 상기시켜준 것이다. 방관자들이 용기를 내고 힘을 합치자 견고해 보이던 피라미드에 균열이 생겼다.


한편 사회는 학교보다 어려움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KCB 갑질 워크숍 논란 당시 '블라인드' 커뮤니티 내 공감하는 반응이 일었지만 이를 실제 제보하거나 목소리 내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았다. 각자의 미래부터 가족 등 많은 것이 직장에 걸려있기에 이는 당연한 것이다. 다만 그 부당함과 갑질의 피해자가 본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힘을 합치는 것만이 모두를 지키는 방법이다.  


작가의 이전글 하이브 '경영권 분쟁' 끝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