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오너플레인. 요즘 유튜브에서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 채널 중 하나입니다. 떼껄룩, essential, sea pearl 등 다양한 채널들이 있지만 이 채널의 특징 중 하나는 주인장이 40분가량 되는 영상에 직접 등장해 dj 장비로 믹스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어두컴컴한 클럽에서 헤드폰을 반만 낀 채 0.4초마다 이런저런 노브를 만지는 dj들과는 달리 무심하게 핸드폰을 하며 리듬을 타는 무드가 굉장히 매력적인 채널이죠.
약간 변태적이지만, 저는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나 유튜버를 발견하면 그 사람의 첫 번째 작업물을 찾아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유튜브에서는 영상 정렬을 최신순과 인기순으로밖에 정렬을 못하기 때문에 가끔은 스크롤 내리기가 벅차기도 하지만요. 첫 번째 작업물을 찾아보는덴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그 사람의 처음과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저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전 음악이든 문학이든 영상이든 그 자체만으로 어떤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기보단 그 안에 자연스레 녹아든 스토리가 제 주파수와 일치할 때 좋음의 감정을 느낍니다. 오아시스의 기타 리프가 물론 그냥 좋기도 하지만 어릴 적 아버지한테 가정폭력을 당하고 절도와 마약을 일삼은 유년 시절을 덤덤하게 4개의 오픈코드 진행으로 얘기할 때 그 감동이 배가 되는 것처럼요. 최근 들어 유튜브에게 고마운 것 중 하나는, 유명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유튜브에 올릴 수 있어 새로운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들을 때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몇몇의 특출난 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첫 번째 작업물은 별롭니다. 이상한 목소리에 의도를 알 수 없는 편집과 재미없는 유머까지. 그런 영상과 음악을 누가 소비하나 싶은 생각이 들죠.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수록 그 창작자에 대한 애정이 깊어집니다. 처음의 엉성한 모습을 이겨내고 이제는 누가 봐도 프로라고 생각되기까지 몇 번이나 목이 쉬고 모니터 앞에서 밤을 새운 그들의 모습이 더욱 생생히 그려지기 때문이죠.
라이트오너플레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감각적인 플레이리스트 영상의 출발이 과연 어디였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에 스크롤을 내려보았는데 첫 번째 영상은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자신의 앨범 첫 번째 곡의 뮤직비디오. 노래가 너무 좋아 변태적인 습관을 이기지 못하고 음원 사이트에 처음 등록한 노래를 찾아본 결과는 성공 그 자체였습니다. 아마추어의 엉성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있는 작업물을 듣는 순간 현재 라이트오너플레인 채널에 올라온 그의 노래는 하루에도 6번씩 돌려 듣는 이번 주 최애 노래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 절망감을 느꼈을지 가늠조차 안되기에 조용히 방 안에서 응원의 글을 끄적이겠습니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노력했지만 아무런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을 때, 간절히 바랬지만 가져볼 기회조차 박탈당했을 때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아니, 아직 힘듦의 과정을 겪고 있을 수도 있겠죠. 진흙으로 가득 뒤덮여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훗날 당신이 반짝거리는 진주 목걸이가 되었을 때 저같이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당신의 빛나는 모습이 아닌 진흙과 먼지로 뒤덮인 채 조개껍데기 안에 갇혀 있었던 모습에서 용기를 얻거든요. 그러니 계속해서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나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라이트오너플레인 채널에 방문하셔서 감각적인 플레이리스트와 곳곳에 숨어있는 영상들을 즐겨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시거나 유튜브에 '라이트오너플레인'을 검색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