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한 생각은 매해 바뀌는 것 같다. 특히 정신과 건강의 영향이 큰 것 같다. 20대까지만 해도 잠을 줄이고 생활을 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30대가 되던 1월 1일. 그 기점부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무엇을 하던 금방 피곤해지고 졸리곤 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그렇게 바뀌었음에도 30대 초반에는 20대처럼 시간을 쓰고 싶었다. 지금처럼 자기 계발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단순히 오래 깨어 있고 잠을 조금 자면 더 많이 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한시적으로 허용된 자유로 인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반년 전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시간을 빡빡하게, 다른 말로는 효율적으로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아침에 화장실에서 씻는 시간, 역까지 가는 시간, 역에서 내려서 직장으로 가는 시간을 분 단위로 사용하곤 했다. 1분, 아니 5초라도 어긋나면 지각을 하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시간을 써야 했다. 오히려 일을 하고 바쁠 때 시간을 더 잘 활용했던 것 같다. 반대로 지금은 어떻게 보면 하루에 낭비하는 시간이 많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한다. 주로 과거의 나와 비교하고는 하는데, 특히 수험 시절과 현재를 많이 비교한다. 정말 그때는 어떻게 했을지도 모를 그 시간관리를 지금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밤 12시에 잠들고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공부하는 내 모습을 그리지만, 이제는 건강이 따라오지 못한다. 혹자는 정신력의 문제라고 하겠지만 아니다. 항상 잠들기 아쉬워한다. 무엇인가를 더 하고 싶어서. 그래서 내일이 기대되는데 의지가 없을 리가.
어떤 책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루를 '3분할'하면 '3일'처럼 살 수 있다고 한 것이 생각난다. 아마 에드 마일 레이 쓴 《한 번 더의 힘》에서 보았던 것 같은데, 이것을 보고 참 발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세상의 속도에 못 따라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손가락 몇 개만 쓰면 대부분의 일들을 해결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저런 생각을 못 했다니! 이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나보다. 어쨌든 이러한 깨달음이 조금이라도 매해 쌓이고 있다. 그렇기에 시간에 관한 내 개념은 항상 바뀐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다. 앞으로 하루를 계속 어떻게 써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겠다. 일단 지금이 오후 6시 25분이니, 위 개념대로라면 약간의 하루가 남았다. 다행이다. 오늘 '한 번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