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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정 Sep 18. 2023

'간이역' 역사 교사가 사랑하는 문장들 #12

"우리가 매일 쓰는 말이야말로 가장 오래 지상에 남는다."

  '말'과 '글'에 담겨 있는 힘이라는 것은 즉각적이기도 하고,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시간을 두고서야 발휘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를지, 어떤 힘으로써 반응을 이끌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매일 같이 말을 하고 글로 표현하면서 삶을 살아갑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쓰지만, 말은 단순하게 개인적인 '어떤 것'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은 그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사람의 됨됨이를 그 사람이 쓰는 말 속의 단어와 문장으로 파악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매일 쓰는 말들에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 살아온 시간을 포함하여 말이 오고가는 행위 및 시간을 통해 '말의 사회성'까지 확인할 수 있는, 좁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질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대적 변화와 함께 말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역사를 반복해왔습니다. 새로운 의미를 담은 말들과 함께 예전에 사용된 말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진 말은 발굴되거나 발견되기 전까지 자신이 품고 있던 의미를 더이상 밝히지 못합니다. 하지만 표현되거나 발화되지 않을 뿐 사라진 말이 담고 있던 의미 자체나 인간의 경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르게 표현되고 발화되었을 뿐 한 사람과 집단, 사회, 국가, 나아가 인류가 쌓고 교류해온 경험의 총체는 결국 '어떤 그릇'에는 담겨져 전해지고, 이어지고, 깊어지고, 확산되고, 담론화되고, 공유됩니다.



  매일 쓰는 말이 지상에 가장 오래 남는다는 작가의 문장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이 때론 진부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결국 그 진부함이야말로 우리가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나아가 발화됨으로써 의미를 갖게 된 말에 담긴 개인적인 의미와 역사성 및 사회성을 생각하자면 매일 같이 쓰는 말을 더는 함부로 사용하거나 내뱉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간결하고 단순한 말과 문장에 담긴 힘은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과 경험이 응축되었을 것이고, 복잡하지만 수려하고 화려한 말과 문장을 꾸미고 있는 장식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내일도 말의 힘과 의미 앞에서 저는 더 조심하고 신경을 쓰며 나와 상대를 배려하는 말의 필요성을 어렵게나마 정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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