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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정 Sep 27. 2023

'간이역' 역사 교사가 사랑하는 문장들 #13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우 여러번 진리를 깨닫고 각성합니다."

  크고 유명한 서점이든 동네의 작은 서점이든 언제부터인가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 키우는 방법, 또는 자존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답하는 책들이 평대와 베스트셀러 코너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한국 사회의 개인이 처한 자존감의 위기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곤 했습니다.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다양한 글과 자료, 뉴스, 영상 매체 등 여러 곳에서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자존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존감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유행처럼 번진 것은 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이미 인류의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겨졌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등 이미 우리가 숱하게 들어온 격언들도 자기 자신을 향한 물음에 집중하며 살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즉, 자존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오늘날의 모습을 유난스럽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연습, 노력, 그리고 시간이 부족하기에 계속해서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겠지요.


  과거에는 이와 같은 고민을 담은 고전들이 참 많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책을 꼽으라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꼽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책이라고 꼽힐 만큼 고전 중에 고전이죠. 그 유명한 고전 속 주인공의 삶과 고민을 조금 더 편안하게 담아낸 호르헤 부카이의 <이야기해줄까요>는 이미 그 특유의 문체와 전개, 그리고 책이 선사해주는 고마운 교훈과 깨달음 덕분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입니다. 저에게는 이 책이 괜히 더 특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첫'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주는 경험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 사람에게 특별했을 이 책이 저에게도 특별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다시 태어난 '데미안'이 자존감에 대해 생각하고 깨달아가는 여정 속에서 여러 파편들로 흩어진 제 모습들이 조금씩 맞춰지고 이해되고 공감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이야기되어온 자존감은, 결국 이 책의 저 문장처럼 여러번 깨닫고, 여러번 망각하며, 다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통해 각성하고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찾아가고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대상이자 주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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