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 안희연 中
"훗날 마주한 케이크가 상상과 달라도 상관없었다. 어떤 색 어떤 모양 어떤 맛이든 온전히 사랑할 준비가 되 어 있었으니까." - 56쪽
사물이 갖는 의미에 특별함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에는 많은 요소가 있습니다. 사물에게 붙인 '이름'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대상이, 붙여진 그 이름으로 불려졌을 때 사물은 비로소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인가 저는 아이유의 '이름에게'라는 노래를 들을 때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아이유의 음악 세계에 포함된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사물에 붙인 이름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방식과 색깔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물과 관련이 있는 어떤 일련의 경험들이 이름이 뜻하는 바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도록 만들죠. '케이크'라고 명명된 대상 또는 문자를 보았을 때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린 적은 제법 많습니다. '축하'의 의미로 마음을 전달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케이크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의 밑바탕에는 '사랑'이 전제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폴라로이드나 오래된 필름 카메라로 찍었을 법한 과거의 추억들이 살짝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 '케이크'와 저 사이의 연결 부위는 그다지 짙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까지의 관계이자, 그만큼까지의 경험'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책 속에서 이 문장이 가장 와닿았다는 사람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함께 읽은 사람과의 대화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장을 찾았다는 기쁨과 더불어 '그만큼까지의 관계이자, 그만큼까지의 경험'에 불과했던 사물이 새롭게 정의되고 기억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추상적이게나마 연결되어 있던 '케이크'라는 이름과 저 사이의 관계에 보다 구체적이고 선명한 대상이 자리함으로써 '케이크'의 이름에 새로운 의미가 피어납니다. 퇴근길에 케이크 하나 사서 들고 가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