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후 많이 받는 질문은?
오늘 한 동영상을 보고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혼밥을 하는 손님이 너무 얄밉다는 한 식당 사장님의 말씀 때문입니다.
그 사장님의 마음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닙니다.
가장 바쁜 시간에 4 인용 식탁에 혼자 앉아 있는 손님이 얄밉기도 하겠지요.
하여 저는 가급적이면 바쁜 시간을 피해서 가곤 합니다만...
요즘 식당에는 혼밥 손님으로 2 인용 식탁을 준비한 식당이 많아졌습니다.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서러운데 (?).. 구박을 받으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자주 식당을 이용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내 돈 내고 밥을 먹으면서 눈치까지 봐야 하는 건지..
뭐... 혼밥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귀농이 아닌 귀촌을 한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심심하지 않냐?"입니다.
가까운 지인분이나 친구의 질문에는 나름 자세하게 설명(?)을 하지만 보통은 얼렁뚱땅 넘깁니다.
처음 귀촌 시에는 몰랐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더니 외로움이라는 놈이 찾아 오더군요.
심심하면 일거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더군요.
그 외로움이라는 놈을 밀쳐 내려고 막걸리도 마시고 인터넷에 몰두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다지 외로움을 덜 타는 듯합니다.
시골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걸 요즘 들어서 깨달아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일들이 시골살이에서는 가끔은 벅차게 다가섭니다.
대설이 내리면 혼자서 넓은 마당과 집 입구 언덕길을 혼자서 낑낑거리면서 제설작업을 해야 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수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동파되어 목돈이 날라 갑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잠깐만 어영부영하면 텃밭은 순식간에 잡초가 무섭게 자라서 보기 흉 할 정도가 됩니다.
(저절로 자란 돼지감자 수확~)
물론 누군가가 하루 삼시 세끼를 차려주고, 설거지와 청소 세탁을 해준다면 심심할 순 있을 겁니다.
모든 일(가사 외)을 혼자 처리하다 보니, 심심하다는 생각은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지루하다는 생각보다는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외로움은 무탈하다는 의미로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특별한 것도 없는 평온한 하루가 저에게는 정말 소중합니다.
따뜻한 온수가 잘 나와서 좋고~
따뜻한 햇볕이 거실 깊숙이 들어와서 좋고~
좁은 도로지만 막히지 않아서 좋고~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봄나물도 즐비하고~
제일 좋은 건 크게 어디 아픈 곳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딸들 내려오기 전 날 갑자기 온수가 안 나와서 헤어 드라이기 들고 좁은 보일러실에서 허둥지둥 수리하고..
폭설로 뒤덮인 언덕길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오고..
두부 사러 가려고 시동을 거니 심통을 부리는 배터리..
귀촌의 삶은 늘 여유롭지만은 않다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답은 있습니다.
적당히 게으름을 즐기다가도 해야 할 일은 무조건 실천으로 옮기는 용기(?)가 답입니다.
귀촌의 현실은 때론 지루한 일상이지만, 어찌 생각하면 참 소중한 일상입니다.
그래도 세월이 가져다준 이 여유로움을 '지루함'이라고 모욕(?)을 할 순 없더군요.
지금의 현실을 저 스스로가 존중을 해주지 않으면 저만 바보가 될 뿐입니다.
네~물론 억지 주장임을 압니다.
중요한 것은 제 억지 주장이 비록 상식에 벗어나고 논리가 부족해도 이젠 무관합니다.
무관하다는 주장은.. 다른 사람에게 강요를 하거나, 동조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유로움'과'지루함' 사이에 적당한 타협선을 이룬다면 귀촌 생활도 나름 즐겁습니다.
지루하다 싶으면 주변 근교 산행을 하거나 예당호 둘레길을 걷고..
여유롭다 싶으면 이렇게 모니터 앞에서 자판기를 두드리고..
지루함과 여유로움은 본인이 판단을 하는 것이지.. 타인이 판단을 할 건 아니라는 게 제 어설픈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