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평소 생각이 짧은 편이라 그런지..
"나이가 든다는 게 너무 겁난다"라는 말에 동의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오만방자한 이유는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평소 몸살이나 감기를 제대로 걸려 보았던 적이 없어서 객기가 남았다는 증거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어차피 먹는 나이 구시렁거려 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나태한 철학 때문인지?
뭐.. 이런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고, 머리 아픈 주제이오니 대충 넘어갑니다~
..
지난주 아침에 일어나니 이상하게 몸이 으슬으슬...
평소 습관처럼 눈을 뜨자마자 물 한잔 마시는데.. 물을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물 한잔은커녕 침도 못 삼킬 정도였습니다.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처음 당해 본 일이라서..
일단은 정신을 추스를 겸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셨더니 목이 조금은 풀리더군요.
입안도 까칠하고 침도 삼키기 힘들었지만, 억지로 점심을 먹고 나니 다시 정신이 혼미해지더군요.
눈을 뜨니 새벽 2 시.. 다행히 편도선은 부드러워져서 물은 마실 수 있었습니다.
새벽 2 시에 달빛만 고고히 흐르는 거실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서 그런가.. 낯선 노스님 께서 죽비로 손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 놈~~ 평소 딸들이 챙겨 준 비타민도 안 먹고 그런 주제에 건강을 자신하면서..
오만방자하더니 이제는 죽비로 몇 대 맞고 나니 제정신으로 돌아오느냐? "..
평소 건강에 대하여 근거 없이 자만을 했던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늘 주변에서 감기나 몸살에 걸려서 약을 챙겨 먹는 분들을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 누군가가 아프다고 하면 그 아픔을 어림짐작만 했지 실제로 피부로 느끼진 못 했습니다.
글쎄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는 안일한 생각이 원인이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심지어 딸들이 사다 준 홍삼, 비타민 등 건강보조 식품을 전혀 손도 대지 않았으니..
다행히 이틀 동안 심하게 앓고 나서 삼 일 후에는 90 % 컨디션을 회복했습니다.
문제는 된통 아프고 난 뒤 우울하고 무기력증에 빠져서 꼼짝도 하기 싫었습니다.
밥도 하기 싫어서 떡을 잔뜩 사다가 두유랑 먹고 좋아하던 막걸리도 쳐다보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육신이 아픈 것보다 무기력한 나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평소 외로움이란 걸 몰랐는데..
엄살을 피워도 그 누구도 받아 줄 사람이 없다는 게 서럽기까지 하더군요.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을 하여 미루었던 산행도 하고 텃밭에 계분도 뿌렸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건강에 대하여 큰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절대자 께서 각자에게 준 수명을 뛰어넘어서까지 살고 싶다는 욕심도 없습니다.
죽음의 숙명에 대하여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
빈곤한 변명이라면.."다행히 나뿐 아니라 남들도 다 죽는다는 거..."
또한 죽어서 다른 세상에 가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뭐... 자연의 신비함이 내 영혼을 다른 세상에 살게 한다면 그러라고 하겠지만..
증거가 없으니 그냥 흙으로 돌아가는 것 만으로 충분합니다.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별로 아쉬워하지도 않습니다.
원하는 걸 다 얻었다고 해서 영원불멸의 삶을 산 사람 그 누구 있었나요??
뭐... 세상살이 다 그런 거죠.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은, 그 누군가가 이루었을 것이고..
누가 이루든 간에 그 이룸이란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내 자식들이 큰 어려움 없이 살았음 하는 촌부의 희망뿐..
인간은 절대자 께서 준 일거리나 책임보다 훨씬 더 큰 의무를..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어깨에 올려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절대자의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운 일일 것 같습니다.
'그냥 주어진 일이나 하고 적당히 살다가지 그러냐'.. 하실 것 같습니다만..
언젠가는 나의 인생관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으로 이끌었다는데 대하여..
스스로 칭찬을 하는 날이 오리라 믿어 보는 오늘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아직도 남아있는 여분의 삶에 큰 어려움이 닥치지 않아서..
좀 더 평온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음 하는 바람입니다.
뉴스를 보다가 정치인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속 좁은 사람이기는 하지만...